'조선구마사' 후폭풍 일파만파...SBS·YG 시총 700억 증발에 다른 사극도 '전전긍긍'

입력
2021.03.28 19:23
수정
2021.03.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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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SBS 제공

‘조선구마사’. SBS 제공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일으킨 역사 왜곡 논란의 여파가 방송계와 연예계 전반은 물론 관련 드라마에 광고ㆍ협찬을 한 기업까지 번지고 있다. 방송사가 편성 폐지를 결정하고 공식 사과한 데 이어 제작진, 출연 배우까지 사과하고 나섰으나 후폭풍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조선구마사’는 편성 폐지로 인해 제작사와 방송사에 적잖은 손해를 입혔다. 뿐만 아니라 역사왜곡 논란 이후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의 모기업 YG엔터테인먼트와 방송사 SBS의 시가총액은 7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YG엔터테인먼트와 SBS의 주가는 이 드라마의 방영 첫날인 22일에 비해 각각 5.63%, 5.24% 하락했다. 시가총액으론 각각 497억원, 219억원이 줄었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철인왕후’으로 번지며 주연을 맡은 배우 신혜선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업체들이 잇따라 해명이나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마스크 제조업체 위머스트엠은 네티즌들의 항의에 신혜선을 모델로 쓴 1,100만장의 마스크 생산을 일시적으로 보류했다 재개했고, 그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치킨플러스는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JTBC '설강화'

JTBC '설강화'

역사왜곡 논란은 역사를 다룬 드라마를 준비 중인 제작사들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JTBC '설강화'는 방송도 전에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6월 항쟁을 다루면서 남파 간첩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안기부를 미화한다는 이야기가 돌자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강화’ 촬영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청원이 게재됐고 28일 오후 참여 인원이 10만명을 넘어섰다.

앞서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다”라면서 “미완성 시놉시스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며 앞뒤 맥락 없는 특정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며 '설강화'의 내용과 제작의도와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tvN이 하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 '잠중록'은 중국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눈총을 받고 있다. 제작사 측은 당초 원작의 콘셉트만 차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조선구마사’ 논란이 확산하자 진행 여부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아이치이가 제작에 참여한 tvN '간 떨어지는 동거', 한 여성을 두고 한·중 군주가 연적이 되는 드라마 '해시의 신루'의 제작진 역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역사와는 별 관련이 없는 판타지 사극을 준비 중인 제작사들도 비상이다. 판타지라는 설정에 따라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의상이나 음식 등의 설정에 중국풍 소품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극을 준비 중인 드라마 제작사들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역사 고증에 대한 민감성과 반중감정이 얼마나 큰지 실감한 계기가 된 만큼 당분간 사극 제작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작사는 물론 드라마를 편성하는 방송사도 역사 전문가 등을 기용해 역사 고증을 강화하고 논란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될 듯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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