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 비판 VS 현역 프리미엄… 이재명의 아슬아슬 '지사 정치'

입력
2021.08.05 09: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 참석해 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여야의 전방위 공세를 받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번엔 지사직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연 28조 원의 예산집행권을 가진 경기지사직을 본인의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사이다처럼 지사직을 화끈하게 내려놓기엔 '지사 정치'의 잇점이 상당하지만, '불공정 경쟁'이란 비판을 받는 건 부담이다. 지사 사퇴 시점을 둔 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 도민 재난지원금' 추진이 불붙인 '매표' 논란

이른바 ‘지사 찬스’ 논란에 불이 붙은 건 이 지사가 모든 경기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히면서다. 다른 시도와 달리 소득 상위 12%에게 재난지원금(1인당 25 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총 4,05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일부를 경기도 예산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매표 행위’란 비난이 잇따랐다. 대선 출마를 위해 얼마 전 제주지사에서 물러난 원희룡 전 지사는 “경기도민에게 걷은 세금으로 경기도민에게 표를 사고 있다. 명백한 도민 기만행위”라고 힐난했다.

민주당 대선주자 6명 중 현직 공직자는 4명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김두관 의원은 국회의원이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를 위해 총리직을 내려놨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현재 '무직'이다. 가용한 조직과 예산으로 따지면 이 지사의 '힘'이 가장 세다.

이 지사의 당내 대권 경쟁자들은 '불공정 경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윤영찬 의원은 4일 “이 지사 대선캠프에 경기도 공무원 출신과 경기도 산하단체·유관기관 출신 인사들이 많이 들어가 있고, 지사로서 기초단체장과 시·도의원들에 대한 지배력도 있다”며 “이 지사의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한 홍보 비용으로 경기도 예산 수십억 원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경기도의 자원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으며, 그런 권한을 쥔 채로 경선을 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사 측은 지사직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책임 있는 자세라고 반박한다. 이 지사 측 홍정민 선임대변인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경기도민들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도지사의 의무를 버릴 것인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경기도 자원 사유화’ 시비에 대해서도 “선거운동을 (도 예산과) 엄밀하게 분리해서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 지사는 지사직을 지키겠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한다. 대권을 위한 중도 사퇴는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게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도지사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로서 보여 준 실행력과 추진력은 그의 최대 자산으로, '유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와 경기지사직은 사실상 한 쌍이다.

12월까지 지사직 유지 가능... 경선 종료 후 사퇴할 듯

공직선거법상 공직에 입후보하는 공무원은 선거 90일 전까지 사퇴하면 된다. 이 지사의 사퇴 시한은 올해 12월 9일이다. 이 지사는 10월 초까지 실시되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까진 지사직을 유지하고, 이후 거취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경우, 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대선이란 대전을 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현직 도지사는 국회 국정감사 대상이란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국감은 이르면 9월 말부터 시작되는데, 이 지사가 현직에 있으면 '이재명 국감'이 될 것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사퇴 시점에 대해선 아직 논의한 게 없다”며 “경기도에 최대한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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