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일베, 꼴보수...' 한계수위 치닫는 與 경선 네거티브, 왜?

입력
2021.07.27 10: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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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좀비, 도둑, 해괴한 작당, 꼴보수, 일베, 도정(道政)농단…'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호남홀대론' 등 해묵은 지역주의를 소재로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면서 주고받은 단어들이다. 당 지도부가 강조한 '원팀 기조'가 무색할 정도의 가시 돋친 표현들은 현재의 경선이 사생결단식 상호 비방전으로 흐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네거티브 공방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및 이낙연 전 대표의 캠프에서 지난 2주간(12~26일) 발표한 논평과 성명을 분석한 결과, 양측은 야권 주자들보다 당내 경쟁주자를 때리는 데 주력했다. 이재명 캠프가 이 전 대표 등 당내 경쟁주자를 비판한 논평은 10건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범야권 주자를 비판한 논평(7건)을 웃돌았다. 이낙연 캠프도 이 지사 등 당내 경쟁주자 비판이 12건으로, 범야권 주자에 대한 비판(9건)보다 많았다. 본선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잠재적 야권 주자를 겨냥하기보다 당내 경쟁주자를 때리며 눈앞의 경선 통과에 올인하고 있는 탓이다.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이재명 독주구도'의 균열

당내 공방이 과열되는 요인 중 하나로 경선 구도의 변화가 꼽힌다. 예비경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어대명(여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으로 불릴 만큼 이 지사의 독주구도가 예상됐다. 그러나 '바지' '점령군' 등 잇단 발언으로 약점으로 지적돼 온 '불안정'한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독주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압도적 1위 구도 하에서는 네거티브 공방은 '약속된 대련'으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사의 실책을 틈 탄 이 전 대표의 추격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②'당내 비주류' 디스카운트

1위 주자인 이 지사가 당내 기반이 취약한 '비주류'라는 점도 공세를 부추기는 요소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주류 대선주자였지만 균형 발전 등 정책 비전을 통해 취약한 당내 기반을 극복했다"며 "이 지사가 내건 '공정 성장'이 당내에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기본소득'도 야당뿐 아니라 당내 주자들의 집중 공세를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당내 주류인 '친문재인계 지지층'은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이후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인 이 전 대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③임기 말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

임기를 9개월여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도 요인이다. 통상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각 후보들은 지지율이 하락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앞세워 경쟁해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최근 40%대의 견고한 지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정권과의 차별화보다 당내 경쟁주자에 대한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당내 최대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친문계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상호 네거티브가 가열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상민(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이 2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앙당선관위원장-후보캠프 총괄본부장 연석회의에서 각 캠프 관계자들에게 "볼썽사나운 공방을 멈춰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이 2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앙당선관위원장-후보캠프 총괄본부장 연석회의에서 각 캠프 관계자들에게 "볼썽사나운 공방을 멈춰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선관위원장 "볼썽사나운 공방 멈춰달라"

캠프 간 감정싸움이 격해지자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26일 각 캠프의 총괄본부장 6명이 참석한 연석회의를 열고 "선을 넘은 볼썽사나운 상호 공방을 즉각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네거티브 공방을 중단하기로 뜻을 같이 했지만, 이를 어길 경우 선관위가 제재할 방안은 마땅치 않다. 당장 28일 본경선 첫 TV토론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성택 기자
강진구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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