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병력 빼 중국 포위? 대만에 코로나 백신 250만회분 지원...美, 中 압박 거세진다

입력
2021.06.20 2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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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사일 철수, 전투기 감축 등 중동 미군 재배치"
인도태평양 중국 포위망 구축 가속화 가능성 제기
대만엔 당초 약속 3배 이상 분량 코로나 백신 제공

미국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2017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미 해군 제5항모강습단 제공·연합뉴스

미국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2017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미 해군 제5항모강습단 제공·연합뉴스

미국의 중국 압박이 심상치 않다. 미 국방부가 중동지역 미사일과 병력 재배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군사력을 동원한 중국 포위 작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조치다. 중국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대만을 향한 미국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애초 약속한 양의 3배 이상인 250만 도스(1회 접종분)나 지원했다. 유럽을 돌며 동맹을 규합하고 “중국이 체계적 도전을 야기한다”고 외쳤던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모양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 군사력을 집중하면서 중동에 있는 미국의 미사일 숫자를 대폭 줄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라크 쿠웨이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배치된 패트리엇 대공미사일 포대 8개를 철수시키고 있고, 사우디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 철수와 전투기 편대 감축도 진행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2일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하며 감군도 통보했다고 한다.

이 같은 중동지역 전력 재배치는 미·이란 관계 개선 기대에서 출발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에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패트리엇·사드 포대 존재 이유가 줄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진행됐던 이란 상대 최대 압박 작전 이전의 전통적 방어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WSJ는 “수년 동안 수요가 많았던 패트리엇 시스템이 반드시 인도·태평양지역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니고 유지·보수를 위해 일단 미국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위협 방어를 목적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도전 과제에 처음으로 포함시킨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대중(對中) 견제는 거칠어질 가능성이 높다.

WSJ는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나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강대국 간 경쟁으로 정의되는 국가안보 주요 경쟁국인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병력 증강을 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동에서 빼낸 미군 전력 일부가 중국 압박 포위망 구축에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만 인부들이 18일 타오위안 항공화물 터미널에서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옮기고 있다. 타오위안=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인부들이 18일 타오위안 항공화물 터미널에서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옮기고 있다. 타오위안=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올린 트위터 글에서 “250만 도스의 백신 지원분이 대만으로 가는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달 초 미 상원의원단이 대만을 찾아 백신 75만 도스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데서 물량을 늘린 것으로, 해당 백신(모더나)은 이날 오후 5시 대만 현지에 도착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계 1위 대만 TSMC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 강화되는 와중에 코로나19 백신으로 더 끈끈해진 미·대만 관계를 과시한 셈이다.

미국은 또 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끄는 해군 항공모함전단을 15일 남중국해에 진입시켜 중국 공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투 도발에 맞불도 놓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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