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탄압" vs "간섭 마라"… 폐간 위기 홍콩 反中매체 놓고 美中 공방

입력
2021.06.18 19:00
수정
2021.06.18 19: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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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보안법 선택적 사용, 정치적 의도"
中인민일보 "'독사과' 안에 있는 벌레 잡아야"
홍콩매체 "7월 1일 전 빈과일보 발행 중단說"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18일자 신문들이 이날 새벽 인쇄소에서 포장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18일자 신문들이 이날 새벽 인쇄소에서 포장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편집국장 체포, 자산 동결 등 홍콩 보안당국이 반중(反中) 매체 ‘빈과일보’에 가한 압박의 정당성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언론 탄압”이라는 미국 등 서방의 비판에 중국이 “국가 안보 보호 조치에 간섭하지 말라”고 반격했다. 홍콩에서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 이전에 빈과일보가 폐간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빈과일보와 모회사 고위 간부 5명을 체포한 홍콩 당국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그들의 석방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홍콩 당국이 독립적 언론 기관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려고 외세와 결탁했다는 혐의가 적용된 데에는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은 서방의 왈가왈부가 내정 간섭이라는 입장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권리와 자유는 국가 안보를 넘어서지 못한다”며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중국의 내정으로 어떤 국가와 개인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 논평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전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독사과’는 반중 세력의 선전 도구이자 위험한 정치 조직”이라며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외에 독사과 안에 있는 다른 벌레도 잡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는 2019년 불법 집회 가담 혐의로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고,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빈과일보의 빈과는 ‘사과 열매’라는 뜻이다.

앞서 홍콩경무처 국가안전처는 17일 경찰 500명을 동원해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26억 원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다. 또 편집국장 등 고위 관계자 5명을 체포했다. 빈과일보가 2019년부터 30여 건의 기사를 통해 외국 정부를 상대로 홍콩과 중국 정부에 제재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는 보안법상 외세와의 결탁 혐의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18일 경찰은 전날 체포한 이들 중 빈과일보 편집국장과 모회사 최고경영자를 기소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문 기사에 대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라고 전했다.

현재 빈과일보는 존폐 위기다. 존 리 홍콩 보안장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당국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면 누구든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며 언론계와 대중을 향해 체포된 빈과일보 인사들과의 관계를 끊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8일 SCMP는 “빈과일보가 국가 보안을 내세운 탄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고, 명보는 “7월 1일 전에 빈과일보 발행이 중단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빈과일보는 당국 압박에 대한 항의 표시로 평소보다 4배가량 많은 50만 부를 발행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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