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이례적 브리핑룸 허가… 현대산업개발 거짓말 도운 꼴

입력
2021.06.16 10:12
수정
2021.06.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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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불법 재하청 없다" 결국 거짓으로...
경찰, 현대산업개발 압수수색도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 10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동구 학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 10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동구 학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 대시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광주광역시가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구역 철거 건물(지상 5층 지하 1층) 붕괴 사고 이튿날 사업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청사 시설물 사용 신청서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사과 기자회견장으로 내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이 "철거 공사의 불법 재하청은 없다"고 했던 말이 결국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현대산업개발이 거짓말을 하는 데 광주시가 도와준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특히 경찰이 16일 현대산업개발 서울 본사 건설본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광주시 입장이 난처해졌다.

광주시는 붕괴 사고 이튿날인 지난 10일 오전 10시 광주시청사 5층 브리핑룸에서 현대산업개발 측이 사과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권순호 대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시가 현대산업개발에 브리핑룸 사용을 허가한 것은 '광주광역시 청사 시설물 운영 및 관리 규정' 위반이다. 이 규정엔 청사 1층 시민홀과 행복나눔실, 드림실, 공감실, 야외음악당, 공익상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물만 개방하도록 돼 있다. 또 이 시설물들을 사용하려면 최소 5일 전까지 사용신청서를 시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그동안 시정 업무와 관련된 행사나 기자회견 등에 대해서만 사용신청자에게 브리핑룸 사용을 허가해 왔고, 그 밖의 경우엔 광주시의회동 3층 브리핑룸을 제공해 왔다. 결국 시가 외부인에겐 시청사 브리핑룸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현대산업개발에 사과의 자리를 만들어 준 셈이다.

문제는 현대산업개발이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철거 공사 불법 재하도급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브리핑룸 사용을 허가한 광주시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당시 철거 공사에 불법 재하청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권 대표는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건물 해체 작업을 하던 ㈜백솔건설은 현대산업개발에서 공사를 수주한 ㈜한솔기업으로부터 불법 재하도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시청 안팎에선 "거짓말이나 하는 기업에 광주시가 공공청사를 빌려준 꼴이 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초 이번 사고가 광주시와도 관련된 것이어서 광주시, 광주 동구, 현대산업개발이 함께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당시 현장 사정이 여의치 않아 따로따로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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