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리 절단됐는데 사업주 무혐의? 검찰 과오 바로잡은 공판검사

2023.05.29 04:30

화물차 기사에게 고장 난 지게차를 운행하도록 해 작업자와 보행자에게 상해를 입게 한 사업주가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공판검사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지게차에 깔려 피해자는 다리를 잃었지만, 앞서 검찰이 업주를 무혐의로 판단해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일었다. 공판검사가 수사검사가 불기소 판단한 사건을 직접 수사해 바로잡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2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춘천지검 강릉지청(지청장 서정민)은 최근 강원 소재 비료제조업체 대표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지게차를 운전한 기사엔 벌금 500만 원, 운행을 지시한 A씨에게는 지게차 대여 시 관련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다는 책임만 물어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이 늦었지만 A씨에게 혐의를 추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 전말은 이렇다. 2021년 1월 25일 강원 동해시의 농가 주변 도로 언덕. A씨 지시로 지게차에 비료를 가득 싣고 옮기던 화물기사는 후진 중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 순간 지게차가 뒤로 밀려 내리막길로 미끄러졌고, 동료 작업자 B씨와 보행자 C씨 다리가 뒷바퀴에 깔렸다. B씨는 전치 3주 골절상을, C씨는 양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하는 영구장해를 입었다. 경찰은 같은 해 6월 A씨와 기사를 업무상과실치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화물기사는 개인사업자로 A씨 업체와 운송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일 뿐, 근로자와 사업주 지위로 보기 어렵다며 기사와 A씨 모두 약식 처분했다. 특히 수사검사는 폐쇄회로(CC)TV에서 사고를 보고 지게차로 뛰어온 사람과 C씨를 착각해 피해 원인을 'C씨 본인 과실'로 치부하기도 했다. 뒤늦게 정식재판이 청구됐지만 1심에서 기사는 집행유예, A씨는 벌금 100만 원 선고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항소심 공소유지를 맡은 황인혜 검사는 피해자인 C씨 아내와 아들을 면담했다. C씨는 10여 번 수술 끝에 오른쪽 다리를 잘랐고, 왼쪽 다리도 절단 수술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C씨 가족은 수차례 검찰을 찾아 가벼운 가해자 처분에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이미 처분된 사안'이란 설명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법복을 입은 지 4년 차인 황 검사 머릿속엔 이들의 호소가 맴돌았다. 기록을 다시 살피던 황 검사는 A씨가 기사들에게 계약에 없는 부수적 업무 지시를 많이 해온 점을 발견했다. 지게차 상하차 업무도 그랬다. 개인사업자 화물기사는 통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지만, 고용노동부는 화물차 사고가 계약과 다른 지시에 따른 업무수행 중 발생했다면 일시고용관계로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황 검사는 화물차 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유사 판례들도 찾아냈다. 황 검사는 이를 토대로 재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법리오해를 이유로 무혐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것을 두고 내부 우려도 있었지만, 검찰시민위원회도 12명 만장일치로 황 검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황 검사는 A씨와 법인의 작업계획서 허위 작성 및 지게차 미보험 정황 등을 파악했다. 작업자들이 이미 제동장치 고장을 인지할 정도였는데도, 이상 유무 점검·수리와 보행자 사고 방지 안내 등 안전조치도 없었다. 검찰은 결국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짚어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C씨는 치료비로 검찰 범죄피해자 지원금 1,320만 원을 받았다. C씨 측은 황 검사에게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절망했는데 힘내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검사는 한국일보에 "피해자 심정에 공감해 법리를 따져보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판 중 수사 재기 사례가 드물어 힘들었지만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처분 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지만 바로잡을 기회가 많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살해 후 아파트 지하기계실에 시신 유기... 30대 체포

함께 살던 60대 부친을 살해하고 시신을 물탱크에 유기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9일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 A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동거하던 60대 아버지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0시 48분쯤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에 핏자국이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지하 2층 기계실 물탱크 안에서 B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아들 A씨가 집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지하주차장에 시신을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범행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범행 당시 모친은 집안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유족 등을 상대로 범행 동기 및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내일은 비 더 와요...돌풍·번개도 주의해야

이번 연휴는 마지막 날까지 내내 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9일과 30일에는 곳곳에서 더 많은 양의 강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둥과 번개 등을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내릴 가능성도 있어 연휴기간 교통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 정체 전선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중국을 거쳐 국내로 유입된 온난 습윤한 공기와 북쪽에서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남하하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서 발생했다. 북쪽 고기압이 남하하면서 정체전선은 서서히 남쪽으로 이동하며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 지역에 비가 집중되는 시간은 충청권이 28일 밤부터 29일 오후까지, 전북권과 경북권은 29일 새벽부터 밤까지, 전남권과 경남권은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로 예상된다. 제주도는 30일 오전부터 낮까지 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 기간 천둥과 번개, 돌풍을 동반한 시간당 최대 20㎜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비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30일에 그치나 제주도에는 31일까지 강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강원도는 29일 오전까지, 충청권은 29일 오후까지, 남부지방은 30일 오전까지, 제주도는 31일 아침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의 전국 예상 강수량은 30~80㎜다. 충청권과 경북 서부내륙, 경북 남부동해안, 전북 등의 일부 지역에는 많게는 100㎜가 넘는 비가 오겠다. 강원 동해안과 울릉도∙독도에는 20~6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한편 괌을 강타한 제2호 태풍 '마와르'는 이번 강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마와르는 28일 오전 9시 기준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약 690㎞ 부근 해상을 지나면서 중심기압 940hPa, 최대풍속 시속 169㎞의 '매우 강' 세력을 유지한 채 서북서진하고 있다. 마와르는 이후 대만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남쪽을 지나 태평양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제2호 태풍 마와르는 이동성고기압이 점차 빠져나감에 따라 빠르게 전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히 구멍 뚫린 '보복범죄' 대응... '제2 신당역 비극' 불렀다

서울 금천구에서 ‘데이트폭력(교제폭력)’을 신고한 여성이 경찰 조사 10분 만에 살해당했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후 허술한 보복범죄 예방 및 대응 대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자 국회와 경찰은 부랴부랴 제도적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비극의 반복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가해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예측부터 실패했고 현장 경찰의 판단도 안일했다.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적 테두리 역시 단단하지 않았다. 여전히 곳곳에서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교제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먼저 ‘범죄 피해자 위험성’을 평가한다. 피해자가 보복 당할 우려가 있을 때 작성하는 체크리스트, 즉 일종의 매뉴얼이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 A(47)씨는 26일 사건 발생 약 1시간 30분 전 피의자 김모(33)씨를 교제폭력으로 112에 신고했다. 닷새 전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김씨가 이날 새벽 PC방에 있던 그를 찾아온 것이다. 경찰은 두 사람을 임의동행 형태로 데려가 따로 조사한 뒤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결과는 ‘낮음’으로 나왔다. ‘매우 높음, 높음, 보통, 낮음, 없음’ 등 5단계 분류에서 사실상 범죄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금천경찰서는 “피해자 진술로는 폭력이 경미해 위험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영상과 신고 내용 등에서는 여러 범죄 징후가 뚜렷이 엿보였다. 김씨는 거리에서 피해자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고, 골목으로 끌고 가려고도 했다. 또 피해자는 112 신고에서 “예전에 맞은 적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위험 등급은 왜 낮게 매겨졌을까. 체크리스트 자체가 피해자 입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탓이다. 신당역 살인 때도 경찰은 범인 전주환(32)의 범죄 위험성을 당시 가장 낮은 등급인 ‘없음 또는 낮음’으로 평가했다. 체크리스트 ‘무용론’ 비판이 커지자 경찰청은 연구용역을 거쳐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질문 수는 16개에서 28개로 늘었고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등 이른바 ‘관계성 범죄’ 관련 항목도 새로 추가했다. 새 체크리스트는 한 달 간 시범운영을 거쳐 이달 22일부터 시행됐다. 결과적으로 보완된 매뉴얼은 불과 나흘 만에 효용성을 상실했다. 아무리 질문을 세분화하고 평가 항목을 늘려도 기본적으로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 사건의 특성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적극 진술하기 어려워 몇 개의 기준으로는 가해자의 폭력 위험이 과소평가되는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는 셈이다. 매뉴얼에서 걸러내지 못해도 가ㆍ피해자를 직접 대면한 현장 경찰관이 위험 징후를 포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동행 귀가를 거절하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 범죄정책 전문가는 “최근엔 피해자의 ‘신고’ 행위 자체가 새로운 트리거(범죄 동기)가 되는 사례가 많다”며 “경찰이 좀 더 피해자 보호에 적극성을 보여야 했다”고 비판했다. 교제폭력 범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도 없다. 가정폭력은 ‘가정폭력처벌법’, 스토킹은 ‘스토킹처벌법’처럼 해당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령이 존재한다. 피해자에게 보복 노출 우려가 있을 때 접근금지, 유치장 구금 등의 잠정조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는 아니라고 봤다. 가정폭력처벌법이 적용되려면 가ㆍ피해자 사이에 법률혼 또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두 사람은 1년 가까이 교제하면서 김씨가 A씨 집에 자주 들락거리는 동거 관계였지만 경찰은 사실혼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사실혼은 동거 여부보다 ‘부부관계를 형성하려는 양쪽 의사’를 더 중요하게 여겨서다. “결혼 생각이 없고, 연인 관계일 뿐”이라는 이들의 진술도 근거가 됐다. 스토킹 범죄 역시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주거에 침입해 물건을 훼손해야 성립된다. 김씨는 사건 전 피해자에게 “(너희 집) TV를 부쉈고, (만나주지 않으면)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겠다”고 협박 문자를 보냈다. 경찰은 다만 TV가 파손되지 않았고, 이별 통보 후 김씨가 나흘 간 위협을 가한 적도 없는 점을 들어 스토킹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이번 사건은 현행법으로 아우르지 못하는 교제폭력의 맹점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스토킹과 가정폭력에 준하는 제도적 보호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은 여러 번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무법인 ‘혜명’의 오선희 변호사는 “수사 기관에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관계성 범죄에 수반되는 보복을 방지하기 위한 법 체계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소진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김씨는 영장 심사 전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