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석화 7개에 2만원' 비판에 '화들짝'…자발적 문 닫은 'MZ 핫플'

2023.11.29 00:10

"포장마차가 다 어디 갔지?" 27일 오후 8시 서울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4번 출구 인근 포장마차거리. 평소라면 잔을 부딪치는 술꾼들의 흥겨움에 왁자했을 거리가 어찌된 일인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가게 앞에 야외테이블을 놓고 영업하는 매장 몇 곳만 눈에 띌 뿐, '진짜 포차'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생 박준영(23)씨는 "여자친구와 이색 데이트를 하고 싶어 벼르고 왔는데, 날이 추운 탓인지 장사를 안 해 의아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종로 일대 포장마차들이 휴식기에 들어갔다. 서울 종로노점상연합회에 따르면 종로구 포장마차 60여 곳은 이날부터 장사를 멈추고 재정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2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바가지 논란' 게시물이 발단이 됐다. 작성자는 '종로 포장마차 실태'라는 제목의 글에서 2만 원짜리 석화 안주를 시켰는데 7개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노점의 심각한 거품을 지적했다. △안주 2개 이상 주문 필수 △카드결제 불가 △비위생적 영업 등 다른 문제점도 열거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삽시간에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종로3가 포차거리는 최근 레트로(Retro·복고) 열풍에 힘입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른 곳이다.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부터 약 300m 이어지는 구간에 20개 정도의 포장마차가 운영되는데,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로 '핫 플레이스'가 됐다. 한국의 술문화를 신기해하는 외국인 여행객 사이에서도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하지만 수요가 많으니 부실한 내용물로 가격을 후려치고, 상도덕에 어긋나는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게 고객들의 불만이다. 직장인 박상도(31)씨는 "2019년 찾았을 때는 양은 적어도 음식값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가격까지 껑충 뛰었다"고 비판했다. 정모씨도 "색다른 분위기를 선호해 자주 방문하지만 위생 상태가 좋지는 않다"고 아쉬워했다. 싸늘한 여론이 지속되자 위기감을 느낀 상인들이 영업 중지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들은 몇 차례 회의를 거쳐 비판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내놓기로 했다. 일단 위생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재정비 기간 점포당 60만 원씩 청소비를 들여 환풍시설, 식기류 등을 청소할 계획이다. 또 포차거리를 특화거리로 조성해 카드결제가 가능하게끔 구청 측과 논의 중이다. 강성광 상인회 사무국장은 "일부 점포의 무리한 가격 인상이 바가지 논란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가격정찰제도 검토하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잘못된 점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文 청와대 ‘조직적 하명수사’ 인정… 송철호·황운하·백원우 실형

법원이 문재인 청와대가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 하명수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 김미경)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전 울산경찰청장)은 선거법과 함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는 없다고 보고 이들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문재인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하명수사'가 핵심인데, 1심은 이 부분을 유죄로 봤다. 송 전 시장, 황 의원, 백 전 비서관 등이 공모해 울산 경찰이 당시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측근에 대해 수사하도록 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다. 그 다음 중요한 혐의인 청와대의 공약 수립 관여 의혹은 무죄 판결이 나왔다. 송 전 시장은 이진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등과 공모해 선거 직전 김 대표의 공약이었던 '국립 산재모(母) 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기각을 발표한 혐의도 받았다. 경선 후보자 매수 의혹도 무죄 판단을 받았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사건 당시 정무수석)은 송 전 시장의 단수 공천을 위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매수하려 한 혐의를 받았지만, 법원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납치 당하는 줄 알고" 포항 여대생 택시 투신, 택시기사 '무죄'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여대생 사건으로 기소된 택시기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부장 송병훈)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와 여대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 B씨에게 28일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는 지난해 3월 4일 오후 8시 46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KTX포항역 인근 국도에서 발생했다. 사고 발생 5분 전, A씨가 운전하는 택시에 탑승한 C씨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으로 가자고 했지만 A씨는 빠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자신이 납치된 것으로 생각한 C씨는 달리던 택시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렸고, 뒤이어 오던 B씨가 몰던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번 사고는 의사소통에 따른 참극으로 드러났다. 택시 블랙박스에서 C씨는 "S대학으로 가 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한동대요"라고 반문했고, C씨도 "네"라고 답했다. 택시가 한동대 방향으로 달리자 C씨는 남자친구에게 "이상한 데로 택시가 가. 나 무서워. 엄청 빨리 달려. 말 걸었는데 무시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60대인 A씨는 청력이 약해 평소 보청기를 착용했지만, 사고 당시에는 끼고 있지 않았다. 이후 A씨는 택시업에 종사하면서도 청력 관리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B씨는 과속과 전방 주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B씨는 사고 당시 제한속도 시속 80㎞인 도로에서 약 103.7㎞로 달렸다. 재판부는 "A씨가 목적지를 다른 대학 기숙사로 인식해 해당 학교로 가는 통상의 도로로 운행했고 C씨가 겁을 먹고 고속으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것을 예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B씨에 대해서도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앞 차량에서 사람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기 어렵고 사고가 가로등 없는 야간에 발생해 피해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제한속도를 지켜 주행하더라도 회피 가능 여부를 단정 짓기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단했다.

"우짜노, 그렇게 노력했는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부산은 탄식과 눈물

“아…” “우째 이렇게 지노?” 29일 오전 1시 20분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결정되자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는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프랑스 파리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대형 스크린에서 ‘BUSAN(부산)’이 아닌 ‘RIYADH(리야드)’라는 영문이 뜨자 떠들석했던 회관 안엔 정적이 흘렀다. 이날 회관에는 전날 파리에서 시작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결과를 함께 지켜 보고 마지막까지 유치 응원을 하기 위해 1,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29표를 얻은 부산이 1차 투표의 관문도 넘지 못한 채 리야드(119표)에 큰 격차로 패하자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적시는 시민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우짜노, 그렇게 애쓰고 얼마나 노력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군 한 시민을 옆에 앉은 일행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개최지 결정이 되자마자 힘 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망연자실한 듯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부산시민들은 전날 밤부터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대규모 응원전을 펼쳤다. 회관 곳곳에는 ‘꿈은 이루어진다’ ‘오늘, 부산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들이 걸렸다. 회관 안에서 만난 최민우(53)씨는 “부산에서 세계박람회가 꼭 열릴 수 있도록 기원하기 위해 단체 회원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대극장 1층 1,600여 석이 모자라 2층 400여 석에도 시민들이 자리잡았다. 대극장 양쪽 벽에는 세계 각국의 국기들이 줄지어 걸렸다. 동세진 부산시 유치홍보지원팀장은 “단체가 아닌 일반시민에게 개방한 2층까지 많은 시민들이 찾아 유치 열기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본격적인 유치 응원전은 1,500여 명 이상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8시 30분부터 시작됐다. 부산시립합창단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가사를 고쳐 유치를 기원하는 ‘11월의 어느 멋진 날’과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부산과 관련된 노래 등을 연이어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고, 시민들은 손에 쥐고 있던 깃발을 흔들었다. 시민 김정수(41)씨는 “부산시민이 하나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뭉클하다”고 힘줘 말했다. 오후 9시쯤에는 투표가 이뤄지는 파리 현지에 있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박 시장은 에펠탑을 배경으로한 영상을 통해 응원전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말을 전했다. 이어 참석한 시민들과 함께 ‘부산에 유치해’ ‘됐나? 됐다!’ ‘11월 28일은 부산이다’라는 응원 구호를 외쳤다. 다음으로 시민응원 특별공연, 유치 경쟁국 프레젠테이션(PT) 발표 시청, 파리 현지 연결 응원전과 투표 결과 생중계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자며 다음을 기약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민 정철민(40)씨는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이고, 또 열심히 해서 이루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