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단독] 뒷수습에 99억 더! 잼버리 1493억 '청구서 폭탄'

2023.09.27 04:30

정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막판 뒷수습을 위해 ‘쌈짓돈’ 약 99억 원을 끌어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파행을 거듭하며 그때그때 혈세를 끌어다 쓴 결과, 결국 새만금 청구서는 1,493억 원에 이르렀다. 애초 계획보다 3배를 웃돈 것으로, 준비 부실‧졸속 운영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열고 잼버리 막판 급조한 케이팝 콘서트 경비 등으로 지출한 일반 예비비 99억4,000만 원을 승인했다. 일반 예비비는 정부가 예측하지 못한 일에 대처하기 위해 편성한 일종의 비상금으로, 잼버리 뒷수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우선 사용한 비용 보전에 나선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상암 월드컵 경기장 보전 비용 등 콘서트 경비 지원에 16억6,000만 원이 들었고 지방자치단체 11곳의 숙박비 등에 약 82억8,000만 원이 쓰였다. 앞서 정부는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잼버리 참가자 3만7,000명을 지난달 8일 조기 철수시켜 지방자치단체 11곳에 나눠서 수용했다. 잼버리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 1,022대와 잼버리 폐영일까지 5일간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 숙박비‧식비 등은 모두 지자체가 부담했다. 잼버리 폐막 후 정부는 이 수습비용 보전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는데 약 83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약속한 실비 보전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쓴 비용만큼 보전해 줬다”며 "지자체 여유예산, 특별교부세 등을 우선 끌어다 써 그나마 예비비는 최소화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각 지자체 숙소로 흩어진 잼버리 대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기관 직원 수당 등 제외된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쓰인 뒷수습 비용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차출된 공무원 7,729명과 공공기관 직원 534명 인건비는 잼버리지원특별법에 따라 소관 부처와 기관에서 출장비, 초과수당 등으로 처리된다. 일반 예비비 집행 승인까지 이뤄지면서 비용과 관련한 잼버리 결산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하지만 자금 투입 내역을 보면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필요할 때마다 부랴부랴 혈세를 끌어다 쓴 이력이 역력해서다. 2017년 8월 잼버리 대회 유치 당시 49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20년 12월엔 1.7배 늘어난 846억 원이 편성됐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 차례 추경을 통해 152억8,648만 원을 더 받아갔다. 개회식 이후에도 폭염과 벌레, 화장실 등 위생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부 예비비 69억 원과 행안부 특별교부세 30억 원이 긴급 투입됐다. 이번에 승인·심의 중인 추가 예비비까지 포함하면 총 1,493억 원을 들였다. 준비 소홀로 쓰지 않아도 될 국민의 돈까지 쓰면서 국제적 망신을 산 셈이다. 향후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준비부터 마지막 땜질 대응 전 과정에 투입된 혈세가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18일부터 돌입한 국무조정실과 여가부, 전북도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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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여~ 소득 50% 저축, 4개 계좌 운용, 연 300만 원 연금 [부자 될 결심]

경제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 미래에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산관리는 자산의 유무에 관계없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아무리 적은 소득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돈에 대한 관리는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관리하는 방식에 따라 비슷한 경제적 조건으로 출발해도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다른 미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을 통해 소득을 만들고, 필요한 소비를 하고, 남은 여력은 저축이나 투자를 통해 자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자산관리의 기본 구조입니다. 어떤 사람은 소득을 많이 올려서, 어떤 사람은 소비를 아껴서, 저마다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런데 연령대별로 집중을 해야 하는 어느 정도 공통된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연령대별 자산관리 전략, 그 첫 번째로 경제활동 진입기라 할 수 있는 2030세대의 가구경제 현황과 그에 따른 자산관리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소비도 자산관리의 대상입니다. 소비금액에 따라 소득에서 남는 저축여력,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생각보다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소비를 먼저 하고 남는 금액을 저축하는 경우가 해당될 것입니다. 자산관리를 제대로 실천하고자 한다면 저축을 먼저 하고 소비를 나중에 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일단 3~5년 정도의 기간으로 만들 수 있는 목표자산 금액을 정합니다. 그러면 얼마나 저축해야 가능한지 금액이 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남는 금액으로 소비항목과 규모를 결정하는 예산을 수립합니다. 이렇게 소비금액을 정해 놓으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절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30대까지는 소득의 50% 이상 저축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현재 가진 조건하에서 경제적 역량의 향상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외벌이에도 불구하고 30대에 최대 70%까지 저축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생애자산관리 측면에서는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성장하면서 가계의 소비규모는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그전에 경제적 역량을 향상시킬 종잣돈을 모아둬야 합니다. 또한 이 시기를 놓치면 자산관리의 충분한 복리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자산관리형 부자들의 대부분이 종잣돈을 40세 이전에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2중산층보고서(NH투자증권)에 따르면 30대 저축률이 29.1%에서 40대 이후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21%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그만큼 소비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생각만큼 저축이 잘 늘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30대 이하 가구 연평균 소득은 약 6,400만 원(2021년 기준)인데 여기서 비소비지출 연 1,100만 원 정도를 제외하고 나면 5,300만 원 정도가 가처분 소득이 됩니다. 이 중 절반 수준인 2,600만 원을 5년간 저축한다고 했을 때 원금 1억3,000만 원, 일정 수익률(연 7%)을 가정하면 1억5,000만 원 정도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실제 39세 이하 가구의 전월세보증금을 제외한 평균 금융자산 저축액이 5,500만 원 정도인데 그 3배 가까운 금융자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1억 원 이상 목돈이 마련되고 나면 저축률을 기존과 같이 무리하게 가져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종잣돈을 장기간 잘 관리하면 충분한 자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저축목표를 너무 오래 지속하면 삶의 만족도가 저하될 수 있으니 소비와 저축의 균형을 잡아가기 바랍니다. 어차피 그동안 형성된 소비패턴이 자산관리의 큰 방향성을 해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경제적 역량 향상을 위한 자산증식용 계좌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연금계좌, 이렇게 2(투)트랙 자산관리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4개의 계좌를 활용한 자산관리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생애 이벤트를 맞이하는데 거기에는 적지 않은 비용들이 필요합니다. 비용이 필요한 대표적인 생애 이벤트로는 결혼, 주택마련, 자녀지원, 노후준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결혼과 주택마련은 한 번에 큰돈이 나가는 이벤트이고, 노후생활비와 자녀지원은 한 번에 큰돈이 나가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지속적인 지출로 합산해 보면 역시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보통 자금이 필요한 순서에 따라 결혼자금을 모았다 지출하고, 다음 주택을 마련하고, 집이 마련되면 교육비 등 자녀지원이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며, 자녀가 성장한 후 그때서야 자신의 노후를 걱정하며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모두 순차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은퇴 이후를 위한 노후준비는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하면서 결혼, 주택마련, 자녀교육 이 세 가지는 순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4개의 계좌는 3개의 저축계좌와 1개의 생활비 계좌로 구성됩니다. 3개의 저축계좌는 자산증식을 위한 종잣돈 계좌, 노후를 준비하는 연금계좌, 그리고 결혼, 주택마련 등 목적자금 계좌입니다. 종잣돈 계좌와 연금계좌는 평생 가져가는 계좌이고 목적자금 계좌는 필요한 목적이 달성되거나 해당 이벤트가 발생하면 소멸됩니다. 생활비 계좌에서는 소비한 카드대금, 각종 공과금을 지출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경제생활 초기에는 여력이 많지 않을 것이니 목적자금 계좌와 연금계좌, 생활비 계좌 3개로 시작하고 종잣돈 계좌를 최대한 빨리 추가하시기 바랍니다. 종잣돈 계좌에 충분한 자산이 쌓이면 생활비 계좌나 목적자금 계좌로 옮겨 좀 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금계좌는 은퇴하기 전까지 돈이 들어가기는 해도 나오면 절대 안 됩니다. 돈을 한 통장에 합쳐서 관리하기보다는 목적에 맞게 용도별로 관리하기 바랍니다. 재무적 이벤트 중 가장 긴 시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노후준비입니다. 노후준비는 한 번에 하기보다 적은 금액으로 꾸준하고 길게 준비하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경제활동과 동시에 자산관리를 시작하라고 했는데, 여기에 노후준비는 가장 중요한 필수항목입니다. 최소 연 300만 원은 개인형퇴직연금(IRP)나 연금저축을 통해 적립해 가기 바랍니다. 매년 300만 원을 30년간 지속적으로 적립한다면 3억 원에 가까운 노후자산(2억8,000만 원, 연 7% 가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IRP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연간 세액공제 한도가 연 900만 원(연금저축 600만 원 합산)인데 이 한도를 채워서 적립한다면 8~9억 원의 노후자산도 가능합니다. 이 정도면 누구나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소득에 차이가 있을 테니 소득의 5~10%를 노후준비에 적당한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 연금저축에 가입하지 않으면 가입한 사람에 비해 그만큼 기회손실이 발생합니다. 연 900만 원 납입 시 받을 수 있는 연말정산 환급액이 최대 198만 원에 달하는데 이는 5,000만 원 정기예금 1년 이자수익에 맞먹습니다. 연간 총급여가 5,500만 원 이하인 근로자이거나 종합소득금액이 연 4,500만 원 이하인 경우 세액공제 혜택이 더 많은 구조입니다. 이러한 세액공제 혜택 때문에 연금가입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연금자산관리의 핵심은 중도해지 없는 꾸준한 적립에 있으며, 부담스러운 노후준비를 쉽게 만들어 주는 비법이기도 합니다. 연금상품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국민연금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대부분 국민연금에 납입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실제 많은 국민들의 노후생활에 상당한 기여를 해주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연금에 적립하는 금액도 없는 셈 치고 꾸준하게 유지하다 보면 노후생활비 걱정을 상당 부분 덜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것입니다. 또한 IRP나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하면 계좌 내에서 다양한 유형의 금융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관리의 기본구조를 이해하고 금융투자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소득증가에 따라 연금에 적립하는 금액을 함께 늘려주는 것도 효율적인 노후준비 방법입니다. 자녀교육이나 주택구입 등 목적자금 관리도 중요하지만 행복하고 안정된 노후를 위한 연금만큼은 반드시 별도로 관리하기 바랍니다. 첫 월급을 받으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래자산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계획을 세워 그에 따른 소비수준을 정하고 일정금액을 IRP나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자판기 사업가 눈에 띈 '간판'…스티커 사진 대명사 되다

기업이나 제품 이름이 너무 유명해 보통명사가 된 경우가 있다. 복사의 대명사인 제록스는 최초의 복사기를 개발한 회사 이름이며 개인용 컴퓨터를 뜻하는 PC는 IBM의 제품명이다. '인생네컷'도 마찬가지다.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 엘케이벤쳐스(LK벤쳐스)가 선보인 인생네컷은 스티커사진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10~30대들은 '인생네컷을 모르면 외계인'이라고 할 정도로 스티커사진보다 인생네컷이 더 익숙하다. '인생네컷 찍으러 가자'는 말을 일상화시킨 이호익(46) 엘케이벤쳐스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 네 컷을 들여다봤다. 이 대표의 젊은 날은 자동판매기(자판기)와 인연이 깊다. 그는 대학에서 자동화공학을 전공했으나 사정상 졸업을 못하고 20대 초반부터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1년에 명함이 몇 번씩 바뀔 정도로 많은 일을 했어요." 첫 번째 의미 있는 사업은 특이하게 소주에 타 먹는 녹차 진액 자판기였다. "소주에 녹차 진액을 섞으면 순해지며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죠." 이 방법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가 식탁 위에 올려놓는 미니 자판기를 고안했다. "술 마시는 사람들이 손쉽게 타 먹으려면 무조건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식탁 위에 올려놓는 작은 자판기를 만들었죠. 동전을 넣으면 녹차 앰풀이 떨어져요. 이를 소주에 타서 마시죠. 호기심에 한번 먹어보면 계속 먹게 돼요." 녹차 진액 자판기 사업은 역설적이게도 잘돼서 망했다. "아주 잘됐어요. 그런데 자판기 사업은 너무 외로워요. 혼자 동전 수금하러 다니는 게 일이에요. 잘될수록 점점 고립되는 게 슬펐어요. 여기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2년 만에 잘되는 사업을 접었죠." 자판기 사업을 그만두고 무인경비업을 시작했다. "건물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침입자 발생 시 출동하는 무인경비업체의 경기 수원지역 총판을 했어요. 수년간 돈을 잘 벌었죠." 그런데 난데없이 중국 CCTV가 쳐들어왔다. "값싼 고화질의 중국산 CCTV가 물밀듯 국내에 들어왔어요. 국내 CCTV 시장이 모두 중국산 고화질 CCTV로 바뀌면서 국내 업체들이 밀려났어요. 그 바람에 사업을 접었죠." 다시 그는 자판기로 돌아왔다. 그가 택한 것은 군부대를 겨냥한 라면 자판기였다. "자판기에서 봉지 라면과 인덕션 이용권이 나와요. 이를 이용해 부대에 설치된 인덕션으로 봉지 라면을 끓여먹는 사업이죠." 이 사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발목이 잡혔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영업을 해서 수많은 부대들에 라면 자판기를 설치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정국이 혼란스러워지자 사단장들이 계약을 미뤘어요. 운이 따르지 않았죠." 그의 인생 2막을 보면 성공은 도둑처럼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라면 자판기 사업이 무산돼 절박한 상황에서 그는 우연히 스티커사진 자판기를 봤다. "인터넷 블로그에 사람들이 스티커사진을 많이 찍어 올리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어요." 그때 울산 길거리에 설치한 스티커사진 자판기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특이하게 자판기에 간판처럼 '인생네컷'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거다 싶었죠." 정작 만든 사람은 몰랐지만 이 대표는 상표(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을 직감했다. "인생네컷이라는 브랜드만 보였어요. 누가 자판기에 브랜드를 붙일 생각을 하나요." 2017년 4월 그는 자판기 주인을 무작정 찾아갔다. "자판기 주인이 저보다 어렸어요. 당시 가진 돈이 없어 그동안 살아온 이력을 얘기하고 수익을 늘려줄 테니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서울과 수도권의 총판 권리를 받았죠." 하루 교통비도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발로 뛰며 스티커사진 자판기를 설치했다. 고생한 덕분에 빠르게 돈을 벌었다. 8개월 만에 그는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생네컷 브랜드를 인수했다. "인생네컷 자판기를 만든 젊은 친구가 저의 사업수완을 보고 인수하라고 먼저 제안했어요. 같이 동업한 친구, 가족 등 모두 나서서 인수를 말렸죠. 이미 설치할 만큼 했는데 왜 인수하냐며 반대가 심했죠." 그런데도 인수를 강행한 것은 브랜드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인생네컷 자판기를 만든 친구는 은인이에요. 그 친구는 다른 사업을 하고 있죠. 이후 상표권까지 모두 인수해 법적 다툼의 소지를 없앴어요." 지금도 이 대표는 울산의 스티커사진 자판기 주인과 맺은 인연을 그의 인생 네 컷 중 가장 강렬한 순간으로 꼽는다. 하지만 자판기 주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 "직접 만든 브랜드가 아니어서 민망하기도 하고 서로 공개를 원하지 않아요." 인생네컷의 성공 비결은 최초로 자판기를 매장으로 바꾼 것이다. 즉 사진 자판기를 사진관으로 바꿨다. "무리해 인수했는데 더 이상 자판기를 설치할 곳이 없어 힘들었어요. 그래서 자판기를 매장으로 만들기로 했죠." 원래 스티커사진 자판기는 길거리에 서 있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줄 서 있다가 찜통 같은 자판기에 들어가 2분 남짓 사진을 찍는 것은 못할 짓이죠. 눈, 비가 오면 이용객이 줄어요." 하지만 버젓한 매장 안에 스티커사진 자판기를 설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이상 날씨나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 사진 찍을 때 활용할 만한 가발, 장신구 등 소품을 비치하면서 스티커사진 촬영을 놀이문화로 바꿔 놓았다. 출력 사진도 현상소처럼 표면을 매끄럽게 광택 처리(라미네이팅)한 인화지를 사용해 색이 변하는 과거 스티커사진과 달리 품질을 높였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결합했다. 앱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사진 틀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또 촬영 사진이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되고 촬영 순간을 찍은 동영상을 받을 수도 있다. "앱으로 바꿀 수 있는 사진 틀이 약 900종입니다." 이 덕분에 인생네컷은 다른 스티커사진 업체들과 차별화하며 급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약 40개 업체가 경합을 벌이는 국내 스티커사진 시장에서 인생네컷의 점유율은 50% 이상이다. 전국 400여 개 매장에서 매달 약 230만 명, 연간 2,760만 명이 인생네컷을 이용한다. "젊은 세대의 사진관이 됐어요." 10~30대들은 사진관이라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온 삼각대 카메라와 액자 사진이 걸린 전통 사진관이 아니라 인생네컷 매장을 떠올린다. "요즘은 부모들이 자녀 손에 이끌려 인생네컷 매장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요." 앞으로 이 대표는 매장보다 콘텐츠 확장에 주력한다. "국내에서는 웬만한 도시에 매장이 다 있어요. 이제는 콘텐츠를 늘려 플랫폼 사업으로 거듭나야죠." 이용자가 늘면서 전자상거래와 광고까지 앱에 붙일 계획이다. "앱이 사업 확장의 전진 기지가 되죠. 사진 촬영에 필요한 각종 매장용품을 앱으로 국내외에 판매할 생각이에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된 인생네컷 매장의 가맹점주들이 앱으로 인화지, 소품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죠." 이렇게 되면 해외 매장에 필요물품을 판매하며 수출업체로 거듭난다. 이미 인생네컷은 미국, 영국, 일본, 대만, 호주, 필리핀 등 15개국에 진출해 15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도 인기 많아요. 대만에서는 3, 4시간씩 줄 서서 이용하죠. 조만간 네덜란드, 이탈리아, 괌 등에 진출할 예정이며 올해 20~30개국에 추가로 매장을 개설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가 준비 중인 다음 사업은 늘어나는 반려견 인구를 겨냥한 '견생네컷'이다. "반려견과 함께 사진 찍을 수 있는 사진 자판기 '견생네컷'을 준비 중입니다. 해외까지 겨냥한 견생네컷은 공원이나 애견카페, 동물병원 등에 설치할 수 있어요. 자판기 안에 동물이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부착하죠. 현재 자판기와 앱을 개발 중이어서 올해 안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250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이다. "매년 매출이 100% 이상 뛰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될 때도 비대면 무인서비스여서 타격이 없었죠. 올해는 500억 원 매출이 목표죠." 투자는 지금까지 총 20억 원을 받았다. 스타트업인데도 영업이익이 나서 투자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를 겨냥한 코스닥 상장 때문이다. "증시 상장을 하려면 기업 점검을 위해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어요. 해외에서도 투자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투자 유치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런 사업을 하게 된 것을 천운"이라고 생각하는 이 대표는 인생네컷을 세계적인 놀이문화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K팝처럼 인생네컷도 한류 문화를 전파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전 세계에서 사진 촬영의 대명사로 통하는 글로벌 포토라이프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금리 더 오를라"... 단기 예금으로 몰리는 금융소비자들

시장금리 상승세에도 평균 예금금리는 되레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면서, 금리가 낮은 단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순수저축성예금 평균 금리는 전월 대비 0.04%포인트 하락한 연 3.59%로 나타났다. 6월(연 3.65%) 이후 2개월 연속 소폭 하락세다. 비중이 큰 정기예금 금리(연 3.59%)가 0.04%포인트 하락한 탓이다. 만기 1년 미만의 정기예금, 특히 금리가 낮은 6개월 미만 예금이 늘면서 수신금리 평균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지난달 평균금리는 연 3.47%로, 6개월~1년 미만(3.73%), 1~2년 미만(3.75%) 대비 0.3%포인트 가까이 금리가 낮다. 그런데도 5~7월 세 달간 전체 정기예금 잔액 중 만기 6개월 미만 잔액은 17.2%에서 18.0%로 비중을 확대했다. 6개월~1년 미만 잔액은 18.2%에서 17.1%로 줄었고, 1~2년 미만물은 59%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정석 금융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4분기 예치된 정기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 수신경쟁을 기대한 가계와 기업이 만기를 짧게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시장은 지난해 9~11월 정기예금 잔액 증가분을 참고해, 연말 약 116조 원의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반대로 가계대출 금리는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연 4.31%)가 시장금리를 고스란히 반영해 더디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상반된 흐름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를 6개월 만에 벌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달 예대금리차는 1.45%포인트로 전월 대비 소폭(0.02%포인트) 커졌다. 대출금리가 오르자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가계도 2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달 가계대출 고정금리 비중은 54.1%,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은 76.5%다. 각각 전월 대비 1.2%포인트, 2.8%포인트 증가했다. 변동금리(연 4.5%) 대비 금리가 낮다는 점도 고정금리(연 4.25%)의 매력을 높인다. 서 팀장은 "변동·고정금리 모두 기준 시장금리가 상승했는데, 은행들이 고정금리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산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