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개선 효과는 과거보다 제약적
가계부채·환율·물가 부작용도 제한
"통화정책, 경기 하방 압력 완화에 비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0.17%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란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도 성장에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1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중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10, 11월과 올해 2월에 0.25%포인트씩 총 0.75%포인트 내린 기준금리 조정이 성장과 물가, 가계부채, 환율 등에 어떻게 파급되는지 분석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통화정책의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정리한 것으로,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간된다.
자체 거시계량모형으로 과거 평균적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이후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는 장·단기 금리 하락과 경제 심리 개선 등을 통해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0.17%포인트, 0.26%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번 기준금리 인하기에는 장기금리가 일찍부터 기대감을 선반영하면서 과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해 이 경로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1년 미만의 단기금리도 떨어지고, 곧 이와 연동된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은은 지난해 말 은행 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이 가계대출은 54.4%, 기업대출은 61.3%에 달하는 만큼, 기존 대출 금리 부담도 차차 줄면서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소비자심리를 회복시켜 실물경기를 진작하는 기능도 하지만, 이번 국면에선 효과가 과거보다 덜할 것으로 봤다.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 관세 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한은이 전망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각각 1.5%와 1.8%로 1%대에 그친다.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하는 올해와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각각 0.6%포인트, 1.53%포인트 확대시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번 인하 국면에선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실제 가계부채 영향은 추정치보다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다만 “금리 인하의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영향은 대출금리가 낮아질수록 비선형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향후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때 신규주택 공급 감소 등과 맞물려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환율과 물가 상승 부작용도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와 환율 변동에 유의하면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추가 금리 인하를 계속 저울질할 계획이다. 이번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당분간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데 비중을 두고 운영하되, 금융안정 상황에 유의하며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단 자영업자 등 특정 취약 부문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선 재정정책과 공조가 필요하고, 구조개혁 등 경제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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