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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기술자가 위험한 이유

입력
2025.03.12 16:30
26면
4 1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심우정 검찰총장(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심우정 검찰총장(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뉴시스

“법 기술자다운 궤변이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에 항고하지 않은 이유가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한 심우정 검찰총장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반응이다. 심 총장의 기술을 능가하는 ‘법 기술자’도 있다. 바로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이다. ‘경고성 계엄’ ‘계몽령’ 등 희한한 논리로 계엄 선포 불법성을 부인하고, 체포적부심이란 낯선 조항을 내세워 구속을 늦추고, 급기야 ‘구속기간 시간 계산’이란 신공(神工)으로 구속취소를 끌어냈다.

□뉴스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면 ‘법 기술자’라는 표현은 1990년대부터 등장한다. 1990년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검사 출신 강재섭 당시 민자당 의원이 “오늘날 법관들은 법률 조문을 단순히 해석하는 한낱 기술자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6, 17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김기춘 우병우 등 검사 출신 청와대 실세들을 겨냥해 사용이 늘어나기 시작해, 2022년 대선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제 법 기술은 ‘단순 해석’이 아니라 ‘창의적(?) 왜곡’으로 진화한 듯하다.

□헌법재판관 임명 연기 같은 ‘법의 허점 이용’. 20회를 넘는 대통령 거부권과 30회 넘는 야당 탄핵 발의 같은 ‘과도한 법 사용’. 편파적 검찰 기소권 행사 같은 ‘선택적 집행’. 이 모두는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이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에서 민주체제가 독재로 바뀔 때 법이 무기가 된 대표 사례로 들고 있다. 이렇게 위험한 법 기술을 윤 대통령과 민주당은 3년간 주저 없이 휘둘렀고, 결국 불법 계엄으로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비상식적 결정을 어려운 법률 용어를 섞어 가르치듯 얼버무리고, 자신의 비민주적 행태를 정당화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급기야 법 기술자는 ‘법꾸라지’로 비난 강도가 한층 강해졌다. 법 적용과 집행에 대한 불신 확산의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겠지만, 정치권력이 된 검찰과 대화와 타협 대신 고소 고발과 탄핵 거부권이 일상이 된 국회의 책임도 크다. 이를 방치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이미 독재 위험 구간에 진입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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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0 / 250
  • 상식 쫌 갖고 살자 2025.03.12 17:11 신고
    지긋지긋한 기계적 양비론. 윤석열 지지자들이 어쩔수없이 윤석열 비판을 할때 나타나는 현상. 민주당이 집권하면 발작적으로 저주의 막말을 퍼붓던 기@기들이 국힘당 집권하면 보여주는 신기한 현상. 내란 상황에서도 저러는거 보면 참으로 신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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