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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 쓰나미, 전 정권 인사 활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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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2기 집권을 닷새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한반도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들 기세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조야에선 트럼프가 집권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결-경제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국가정보원도 스몰딜 가능성을 국회에 보고했다. 북한 비핵화는 요원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트럼프 1기의 ‘북핵 동결-제재 완화’보다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는 2019년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에, 강선 등 5개 핵시설 모두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노딜’을 선언한 바 있다. 지금은 “김정은은 나를 좋아하고, 우리는 잘 지냈다”며 러브콜을 보낸다. 미국 독립 250주년이자 중간선거가 있는 2026년 전까지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눈치를 살피던 북한은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에 기대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며 통일 정책을 폐기했다. 한국이 끼어들 틈을 막고 직거래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라는 거친 언사로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한 뒤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를 거듭한다.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를 새로 선보임으로써 미사일 동결 카드를 비싼 값에 사 가도록 하겠다는 협상 전략이라는 평가다.
북미가 ‘한국 패싱’을 노골화하면서 우리는 안보 쓰나미를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낮은 수준의 북미 스몰딜은 당장 비대칭전력에서 남북 간 간극을 키울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올 1월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핵탄두 50기와 언제든 조립 가능한 핵탄두 90기를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22년 한미일을 콕 집어 핵 선제 사용까지 명문화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북한이 핵탄두 90기를 보유했고, 2030년까지 최대 166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참에 우리도 독자 핵무장을 하면 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여론 환기용에 가깝다. 독자 핵무장을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가 불가피한데 미국이 용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NPT체제는 달러 기축 통화와 함께 미국의 글로벌 패권 전략의 양대 축으로 트럼프라도 흔들기 어렵다. 중국, 러시아, 일본의 거센 반발도 불 보듯 하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이 있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까지 약속이 지켜질지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워싱턴 선언에 따른 전략 자산 전개 대가로 천문학적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본다. 트럼프 측에서는 주한미군 축소·철수 가능성까지 심심치 않게 흘린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될 수 있다.
안보 위기가 임박한데, 우리는 손발이 묶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 한미일 협력 강화를 기조로 유독 대일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던 윤 정부 외교·안보 라인도 미일 리더십 교체로 힘을 잃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일 아닌가.
트럼프 2기 대외 정책 기조 틀이 완성될 집권 6개월이 끝나기 전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 세계 주요국은 트럼프가 사적 인연을 중시하고, 인맥을 통해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특성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트럼프 1기 한미 채널이었던 정의용·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야권 인사들이 초당적으로 힘을 보탤 수 있다. 트럼프와 호흡을 맞춰 본 문재인 전 대통령 카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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