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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2평 조사실서 검사와 마주 앉아… '조국 수감' 서울구치소로

입력
2025.01.16 00: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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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검사실과 같은 크기 조사실 착석
도착 9분 만에 조사… 티타임도 생략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배달 된장찌개
조사 끝난 뒤 서울구치소 독거실 구금

12·3 내란사태의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정문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피해 후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과천=왕태석 선임기자

12·3 내란사태의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정문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피해 후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과천=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전 11시쯤 2평(6.6㎡) 크기의 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재승(50·사법연수원 30기) 차장과 마주 앉았다. 윤 대통령보다 사법연수원 7기수 후배인 이 차장은 △사전 모의 △군·경찰을 동원한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 '12·3 불법계엄'의 전 과정에 대해 물었다. 윤 대통령은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 조사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5동 3층 338호에 마련된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진행됐다. 일반 피의자들이 조사받는 장소와 비슷한 크기로, 윤 대통령과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출입문을 등진 채 나란히 앉았다. 책상 맞은편에는 이 차장과 공수처 수사관 1명이 자리했다.

조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 대통령이 경호차량을 타고 오전 10시 51분쯤 경기 과천의 공수처 청사로 들어선 지 9분 만에 시작됐다. 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오동운 공수처장 등과의 조사 전 '티타임'도 생략됐다. 다만 이 차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등 존칭으로 최대한 예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 차장의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내란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물론 공수처 수사와 영장 자체를 '불법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진술 거부는 예상됐다. 윤 대통령 측은 조사 과정의 영상녹화도 거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피의자 동의 없이도 진술을 녹화할 수 있지만, 수사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녹화를 강행하지 않을 수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했던 검찰도 박 전 대통령의 거부 반응에 녹화를 하지 않았다.

오전 조사는 아무 소득 없이 오후 1시 30분쯤 종료됐다. 윤 대통령의 점심 식사는 조사실 복도 건너편 휴게실에서 이뤄졌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편의를 위해 마련한 이곳에는 소파 등이 구비돼 김홍일(전 방송통신위원장) 변호사 등 변호인단 대기장소로 쓰였다. 점심 메뉴는 공수처가 주문한 도시락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1시간가량 식사하면서 오후 조사 대응 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수처 관계자는 "제공한 식사를 다 드셨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 2시 40분부터 재개된 조사에선 이 차장 대신 이대환 공수처 부장검사가 투입됐다. 오후 4시 40분부터는 차정현 부장검사가 이어받아 조사했다. 두 부장검사 역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계엄 당일 각종 위헌·불법적 지시를 내린 구체적 경위를 캐물었다. 이날 공수처가 짠 질문지 분량은 200페이지가 넘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를 방패 삼아 차일피일 수사를 미루는 동안,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경 수뇌부들이 전원 구속되면서 혐의를 뒷받침할 각종 진술과 물적 증거는 확보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오후 조사에서도 진술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5시 5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저녁식사 등 휴식을 취했다. 저녁 메뉴는 배달된 된장찌개였다.

15일 윤석열 대통령 조사가 이뤄진 정부과천청사 5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338호 영상녹화조사실 구조. 강준구 기자

15일 윤석열 대통령 조사가 이뤄진 정부과천청사 5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338호 영상녹화조사실 구조. 강준구 기자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인 만큼, 이날 공수처 청사 안팎은 초긴장 상태였다. 윤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경호원들은 조사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대신 복도, 출입구, 화장실 입구, 휴게실 등 건물 곳곳에서 대기했다. 다만 공수처는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때와는 달리 청사 전체나 3층 전체를 비우지는 않았다. 정부과천청사 밖에는 윤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등 지지자들이 몰려 번잡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40분쯤 조사가 종료된 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내 구인 피의자 거실에 구금됐다. 윤 대통령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까지 이곳에서 혼자 지내게 된다. 정식으로 구속된 피의자 수용 거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쾌적하다. 윤 대통령은 구속되기 전이라 사복 차림으로 지낼 수 있다. 식사는 일반 피의자들과 같은 메뉴를 먹는다. 서울구치소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수감돼 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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