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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푸틴에 '미국 영토서 테러 시도 말라' 강력 경고했다"

입력
2025.01.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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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장치 설치한 소포 미국에 보내자"
러 대화 내역 입수 뒤 미국, 푸틴에 경고
"우크라 전쟁 새로운 차원에 돌입 가능"
젤렌스키, 유럽 군대 우크라 주둔 촉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 기업인과 면담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 기업인과 면담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영토에서 파괴 공작을 저지르려 했다는 추가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발화 장치가 설치된 소포를 항공기에 반입한 뒤 미국 공항에서 불태우는 작전을 준비했던 대화 기록을 백악관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미·러 직접 충돌'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시도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와 물밑 외교전을 벌인 정황도 새롭게 드러났다.

"유럽 화재는 미국을 겨냥한 테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산불 관련 보고를 듣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산불 관련 보고를 듣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 다섯 명을 인용해 러시아의 '미국 영토 공격 계획'을 둘러싼 미·러 막후 정보전을 보도했다.

사건 징후는 지난해 중순 포착됐다. 당시 동유럽 국가 리투아니아에서 미국과 캐나다로 발송된 소포가 독일 영국 등에 있는 항공 물류 센터에서 발화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미국·유럽 당국자들은 이 화재가 러시아 소행이라고 판단했지만, 미국을 겨냥한 것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간 러시아의 파괴 공작은 유럽에 국한됐고 '러시아의 미국 본토 공격'은 3년째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바이든 정부 인사들은 러시아의 목표가 미국·캐나다라고 결론 짓기 시작했다. "해당 소포를 북미행 비행기에 실어야 한다"는 러시아 군정보총국(GRU) 내부 대화를 백악관이 입수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NYT는 "미국 관리들은 앞선 유럽 화재가 '폭발물 발송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GRU의 현장 테스트' 결과였다고 봤다"며 "러시아는 해당 공격을 '미국 무기를 동원한 우크라이나의 러 영토 공격에 따른 정당한 반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해 11월 미국이 러시아의 테러 준비를 의심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후 바이든 정부 정보라인 고위 인사들은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했다. '공항에 작은 화재를 내겠다'는 GRU 의도와는 달리, 기술적 실수 탓에 소포가 여객기 안에서 폭발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내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 미국과 러시아는 돌이킬 수 없는 충돌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이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국 '안보 사령탑' 인사들이 러시아의 최고위 안보 참모들과 접촉했다고 NYT는 전했다.

휴전한다고 러시아 파괴 공작 끝날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현재 러시아의 공작 의지가 꺾였는지는 백악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NYT는 "당장 작전 징후는 사라졌고 애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당 작전을 명령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면서도 "러시아가 발화 장치 성능을 개선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적대 행위가 확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각종 파괴 공작을 통해 서방 안보 불안을 자극하는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설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중재로 러시아와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유럽 군대가 자국에 주둔해야 한다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이날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휴전 이후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고 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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