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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위한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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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5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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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회에서는 끝내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핵심 쟁점은 반도체 R&D(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제 적용에 대한 예외 조항,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이었다. 반도체 업계가 경영상의 큰 애로라고 호소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노동법상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국회가 아직도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초자본집약산업인 반도체 기업에는 보조금 지급,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재정 지원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연구 인력에 대한 근로 시간 제한의 예외 적용은 반도체 특별법 개정의 핵심 요소이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오랜 시간 국가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반도체 수출은 국내 GDP(국내총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로 시간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R&D 인력에 대한 근로기준법상의 예외 적용이 없다면 경쟁국들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이다.

지난달에 대만을 방문해서 얻게 된 지식으로는, TSMC가 2016년 10나노 공정 기술에서 삼성과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삼성이 14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시점에 나왔다. 당시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은 공격적인 전략을 선택해 R&D 인력 400여 명을 24시간 3교대로 투입했다. 이들에게 기본급의 30%, 성과급의 50%를 추가 지급하며 기술 개발에 몰입하게 만든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내용이 'TSMC 세계 1위의 비밀'이라는 책자에서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로 상세하게 소개되었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초로 R&D 부서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 사례였다.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본사의 불은 한 번도 꺼진 적이 없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TSMC는 10나노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삼성과 인텔을 따돌렸고, 애플로부터 전량 발주를 받는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반도체 기술 개발은 자본 집약적인 투자에 몰입의 시간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과정이다.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술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통상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 출퇴근제인 주 52시간 규제는 이런 집약적인 기술 혁신창조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TSMC와 한국 반도체 기업을 비교하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TSMC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을 질타하는 시각이 많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주 52시간제도는 노동법상 의미가 있는 제도는 분명하지만, 기업 환경에 따라서는 수정되고 예외가 적용돼야 글로벌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부강한 국가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는 소수 분야라도 예외를 인정하고 기술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반노동적인 주장이라고만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TSMC가 연구 인력의 노동시간 확보를 통해서 경제적인 성공을 거둔 2년 후인 2018년 우리나라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같은 산업에서 같은 시장을 놓고 똑같이 경쟁하는 반도체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는 두 국가의 선택은 달랐다. 그 결과는 한국 반도체가 놓여있는 지금의 현실이다.

획일적으로 근로 시간을 주당 52시간 이하로 묶어 두는 것엔 무리가 있다. 업종에 따라서는 52시간 제도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산업과 직무 특성 등에 따라 세밀한 적용이 필요하고 기업에게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해야 했음에도 이러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산업현장은 큰 애로를 겪고 있다. 특히 우리가 패권을 잡아야만 하는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전적으로 과학기술 인재의 연구·개발에서 비롯된다. 모든 산업의 모든 직군을 일률적으로 52시간 근무제도 규제로 묶어 두어서는 국가 간 반도체 전쟁에서 이길 방도가 없다. 연구개발 인력이 더 일하고 싶어도 법이 막아서 일하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다시 불을 켜야 한다.




전용일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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