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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양쪽 엔진 고장 확률 700만분의 1… 블박 미기록 처음 봐"

입력
2025.01.13 15:20
수정
2025.01.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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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사고기 충돌 직전 4분 '깜깜이'에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분석
"비행·음석기록장치, 2개 엔진이 전원 공급"
"상황 급박해 보조 엔진 작동 여력 없었을 것"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6일째인 13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소방 대원들이 기체에 덮인 방수포를 걷어내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6일째인 13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소방 대원들이 기체에 덮인 방수포를 걷어내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에 사고 직전 상황이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항공 전문가가 "30년간 처음 보는 사례"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블랙박스에 사고 경위가 기록되지 못한 이유는 전원을 공급하는 엔진 2개가 모두 멈췄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확률은 "700만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발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조위는 사고기의 블랙박스 자료를 인출·분석한 결과, 무안국제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충돌 직전 4분간의 기록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을 밝혀줄 결정적인 단서가 사라진 셈이다.

권 교수는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사고기인 보잉) 737 같은 경우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좌측 엔진에서 전원을 받고, 음성기록장치(CVR)는 우측 엔진에서 전원을 받는다"면서 "이 두 가지가 다 (기록이) 안 됐다는 것은 두 엔진 모두 기능을 상실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기에는 모든 엔진이 고장 날 경우에 대비해 보조 엔진이 탑재돼 있다. 보조 엔진이 켜지면 발전기 역할을 하면서 블랙박스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다. 권 교수는 "엔진 2개가 꺼지면 유압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조종간이 굉장히 무거워진다"며 "이번 같은 경우 워낙 긴급하기 때문에 이 보조 엔진 자체를 작동시키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최신 기종의 여객기에는 비상사태 시 블랙박스에 전원을 공급하는 보조 전력장치가 의무적으로 장착되지만, 사고기는 해당 규제가 마련(2018년)되기 전이어서 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박스 기록은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사고기의 엔진 기능을 마비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권 교수는 "엔진을 설계할 때 조류 충돌 실험을 거치지만, 이번 사고에선 조류 떼가 거의 수백 마리 이상이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비행 속도가 워낙 빨라 조종사가 그런 조류를 봤을 경우에는 이미 좀 늦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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