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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산불 진화에 바닷물 쓰긴 했지만… 전문가 "최후의 보루" 지적

입력
2025.01.13 13:09
수정
2025.01.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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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쿠퍼' 12초에 바닷물 6000L 퍼올려
"바닷물 뿌린 지역에 아무것도 자라지 않아"
강철로 만든 지상용 소방 장비 부식 우려도

태평양 바닷물을 끌어올려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진압하고 있는 소방 항공기 '슈퍼 스쿠퍼'가 10일 LA 반누이스 공항에 계류돼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태평양 바닷물을 끌어올려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진압하고 있는 소방 항공기 '슈퍼 스쿠퍼'가 10일 LA 반누이스 공항에 계류돼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엿새째 이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당국이 태평양에서도 물을 퍼올려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닷물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닷물 염분으로 인해 피해 지역 생태계가 훼손되고 이후 복원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방장비 부식 문제도 거론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LA 소방당국이 '슈퍼 스쿠퍼' 1대로 태평양 바닷물을 퍼올려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 진압용 항공기인 슈퍼 스쿠퍼는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소방 항공기"로 불린다. 12초 만에 약 6,000리터(L)의 물을 퍼올리고, 착륙 없이 수면을 스치면서 물을 보충해 효율적으로 산불 현장과 수원(水源)을 오갈 수 있다. 헬리콥터 등 다른 진압 장비들과 달리 바닷물도 사용 가능하다. LA 소방당국은 산불이 시작된 후 캐나다에서 임대한 2대의 슈퍼 스쿠퍼를 투입했지만, 1대는 민간 드론과 충돌해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바닷물 진화 후유증도 거론된다. 환경 전문가들은 산불 진압에 바닷물을 사용하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닷물의 소금기가 피해 지역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이후 복원 가능성도 낮추기 때문이다. 소금은 살균 효과가 있어 바닷물을 뿌릴 경우 해당 지역 토양 미생물들이 죽게 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역시 "토양에 소금이 많아지면 뿌리가 물을 흡수하기 어려워져 식물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팀 차베스 전 LA 소방부국장은 WSJ에 "땅에 바닷물을 뿌리면 그다음 해엔 그곳에서 아무것도 자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에 있는 소방 장비 등의 부식 우려도 크다. 금속에 바닷물이 닿으면 염분으로 인해 공기 중 습기를 끌어들이고, 장비에 녹이 슬 가능성이 높아진다. 핑 펄란 미국 상선단사관학교 화학 교수는 "지상에서 사용하는 소방 호스, 펌프, 탱크 등은 대부분 강철로 만들어져 있다"며 "소금물이 닿을 경우 부식에 취약해진다"고 WSJ에 설명했다. 일부 장비에는 부식 방지 코팅이 적용돼 있지만, 슈퍼 스쿠퍼 같이 바닷물 사용을 전제로 한 장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식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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