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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소방관들, LA 산불에 속수무책인 이유는… “새로운 화재 대처법 필요”

입력
2025.01.12 19: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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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LA 산불 진압 더딘 이유' 분석
케네스·아처 추가 산불… 빠르게 확산
"이 정도 산불 막을 체계, 세계에 없어"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맨더빌 캐니언에서 소방관들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전역을 휩쓸고 있는 팰리세이즈 산불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맨더빌 캐니언에서 소방관들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전역을 휩쓸고 있는 팰리세이즈 산불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 일대를 집어삼키며 미 역사상 최대 산불 피해를 낳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선셋 파이어' 진압 속도는 유난히 더디다. 물론 불길이 급속히 번지는 최대 원인으로 최대 시속 160㎞를 웃돈 강풍, 이른바 '악마의 바람'이 꼽히는 근원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 위험이 커진 반면, 지금의 소방 체계는 여전히 소규모 화재 진압에 초점을 맞춘 '낡은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기준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소 16명으로 늘어났다.

주택·건물 화재 중심… "불 끌 물·사람 턱없이 부족"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소방 관계자·전문가들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로 지난 10년간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화재 위험이 커졌음에도, LA의 상수도 시스템은 산불 등 대형 화재에 전혀 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인력 부족' 문제다. 앤서니 마론 LA카운티 소방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산불 발생 지역에 1,400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나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산불 1, 2건에는 대비돼 있지만, 이번처럼 4건 이상의 동시다발 산불에 대응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설상가상 소방용수 부족도 진화를 더 어렵게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LA 수도전력국 관계자를 인용해 "LA 상수도 시스템은 대형 구조물이나 주택 화재 진압을 목적으로 할 뿐, 대형 산불에 대비해 구축돼 있진 않다"고 보도했다. 최대 피해를 낳고 있는 팰리세이즈 산불 진압 과정에선 평소의 4배가 넘는 물 수요가 발생한 탓에 수압 저하, 소화전 고갈 현상도 발생했다.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퍼시픽팰리세이즈 인근에서 한 소방관이 팰리세이즈 화재 잔불을 진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퍼시픽팰리세이즈 인근에서 한 소방관이 팰리세이즈 화재 잔불을 진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부족한 소방 자원은 초기 진화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LA 산불처럼 '바람에 의한 화재'는 즉시 진압하지 못하면 통제불능 수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패트릭 버틀러 전 LA 소방국장은 "파괴력이 강한 화재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소방당국으로선 강풍이 불 땐 화재 발생 위험 지역에도 소방차와 소방대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소규모 지역 화재가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는 대형 산불 진압을 위한 시스템이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 16명 사망… 산불 확산 긴장 태세

11일 로스앤젤레스를 휩쓴 6건의 산불 중 하나인 팰리세이즈 화재로 인해 집을 잃은 한 주민이 덩그러니 남은 현관문에 빨간 리본을 설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11일 로스앤젤레스를 휩쓴 6건의 산불 중 하나인 팰리세이즈 화재로 인해 집을 잃은 한 주민이 덩그러니 남은 현관문에 빨간 리본을 설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WP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사망자는 최소 16명으로 늘어났다. LA 카운티 검시국은 사망자 중 5명이 팰리세이즈 화재로, 11명은 이튼 화재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산불은 총 4곳에서 진행 중이며, 가장 넓은 지역을 태운 LA 부촌 퍼시픽팰리세이즈(95.5㎢) 화재 진압률은 11%에 머물러 있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팰리세이즈와 이튼, 케네스, 허스트 등 4곳의 소실 면적을 총 160㎢로 집계했다. 파괴된 건물도 1만2,000여 채로 증가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주 강풍이 다시 거세지겠지만, 바람 방향이 바뀌어 팰리세이즈 지역 화재 진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브렌트 파스쿠아 캘리포니아 소방국 지휘관은 "샌타애나 강풍이 불면, 산에서 서쪽 해안으로 뜨겁고 건조한 돌풍이 불 것"이라며 "동쪽으로 이동하던 산불이 '이미 다 타 버린' 땅으로 밀려나면 화재와 불씨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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