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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카드 사라지고, 연회비는 오르고... 카드사 '흑자'에도 혜택은 '뚝'

입력
2025.01.12 18: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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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카드사 3분기 누적 순익 8% 증가했지만
연회비 증가·혜택 줄이는 비용 절감에 초점
제휴사 지급수수료 20%↓... 1700억 아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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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가 '고객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본업인 수수료 매출 성장 둔화 구멍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달 영세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수료율 인하가 예정돼 있어 카드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누적 순익은 2조2,239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426억 원) 대비 8.8% 증가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실상은 '마른 걸레 짜기'에 가까웠다. 본업인 수수료 수익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치면서 카드사들이 다른 사업에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카드사의 핵심 매출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6조600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5조9,000억 원) 대비 2.8% 증가하는 데 그쳤고, 카드론 등 수수료 외 수익의 비중을 늘렸다. 우선 카드론 수익은 같은 기간 3조3,570억 원에서 3조6,770억 원으로 3,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증가율이 10%에 육박한다. 연회비 수익은 1조 원을 돌파했다. 1조760억 원으로 지난해(9,850억 원)보다 9% 넘게 늘어났다. 고금리지만 카드사에 돈을 빌리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연회비 1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카드 상품을 내놓은 영업 방식이 주효했던 셈이다.

고객에게 주는 혜택 등 비용을 대폭 줄여 수익을 늘리기도 했다. 8개사의 카드비용은 6조3,0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1,856억 원) 줄었다. 특히 비용 감소의 90% 이상이 '제휴사 지급 수수료' 절감에서 나왔다. 고객에게 혜택 제공 등으로 협력한 기업에 카드사가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인데, 9월 말 기준 2023년 8,887억 원에서 지난해 7,122억 원으로 1년 만에 19.9% 급감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카드업계의 비용 절감, 혜택 축소는 계속될 전망이다. 당국이 지난달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를 결정하고 당장 다음 달부터 적용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연 3,000억 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는 카드론 규모를 키우기엔 부담이다. 결국 신사업을 발굴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8개 카드사 중 5곳에서 수장이 교체된 것도 데이터 사업 강화 등 혁신에 힘을 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사업이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지표 개선을 위해선 비용 절감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KB국민카드가 2일부터 카드 3종의 연회비 청구 방식을 회원별이 아닌 카드별로 부과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혜택을 카드별로 받기 위해 여러 장 발급받은 경우 연회비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카드도 오는 22일부터 네이버 현대카드의 신규 발급·갱신을 중단하기로 했다. 2021년 출시 이후 연회비 1만 원에 적립 등 혜택이 커 대표적인 '알짜카드'로 사랑받은 카드다.

무이자할부 혜택도 줄인다. 우리카드와 BC카드는 최대 6개월에서 4개월로,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는 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수수료율을 내리면서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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