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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모든 생명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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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에는 마가 낀 것 같았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더니, 새해를 앞두고 항공 참사가 발생하여 다시 한번 시민들이 비통에 빠졌다. 많은 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떠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또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있다.
비행기 사고는 자동차 교통사고처럼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난 것인지 원인에 대한 보도들을 챙겨봤다. 조류 충돌, 활주로 길이, 랜딩 기어 미작동, 콘크리트 둔덕 등 다양한 원인들이 이야기되었다. 이 중 조류 충돌은 사고 직후부터 줄곧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언급되었고, 최근 정부는 사고기 엔진 한쪽에서 17점의 조류 깃털과 1점의 혈흔 등을 수거했다며 조류 충돌이 있었음을 공식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원인만으로는 이렇게 큰 사고가 나긴 어렵다며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참사일 것이라고 분석하는데, 적어도 조류 충돌이 하나의 원인이 됐음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사고 시각인 이른 오전은 새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대이며, 무안공항은 인근에 습지가 많아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새들이 이동하는 시간대에 왜 비행기 이착륙을 허용했을까?'였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새들이 이동하는 시간대에는 비행기 이착륙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2월에 예약해둔 비행기 일정을 확인해보니 이른 오전에 한국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무안국제공항은 아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뒤이어 '애당초 왜 습지 근처에 공항을 지은 걸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무안국제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은 2020년 활주로 확장 사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서도 경고되었다. 무안국제공항이 철새도래지 근방에 있어 조류 충돌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조류 충돌 위험에 대응하는 기존의 방식들이었다.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활동으로 조류퇴치 전담인원 및 장비 상시운영, 조류 먹이사슬 제거, 조류 서식지 조사 및 제거 등이 있다고 한다. 공항의 조류퇴치반은 폭음탄과 산탄총 등으로 새들을 쫓아낸다. 생명에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충격이었다. 우리는 다른 생명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보다 다른 생명들과 대결하고 있는 것이었다.
인간이 하늘 이동권을 배타적으로 주장하며 새들을 몰아낼 권리가 있는지 의문임은 물론이고, 이런 방식으로 정말 '퇴치'가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즉 다른 생명을 비롯해 우리의 터전인 자연에 폭력을 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적일 뿐만 아니라 과연 그러한 방식으로 우리 인간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렇다. 생각해보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인간과 새의 생명 모두를 앗아간 참사였다. 떠나간 모든 생명들을 애도하며, 우리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어떻게 공존할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가덕도, 새만금 등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들 역시 인근에 철새도래지를 두고 있어 그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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