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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년 전 유혈폭동 의사당에 무혈입성… “미국 민주주의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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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4년 전 유혈 사태 현장이었던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 6일(현지시간) 무혈입성했다. 2020년 대선 패배 불복 폭동 땐 점령하지 못했던 반면, 지난해 대선에서 이기고 나니 아무 저항도 없었다. 자신이 무너뜨리려 했던 민주주의 제도의 혜택을 누린 셈이다. 역사의 아이러니이자, 미국 민주주의의 굴욕이라는 자조적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연방의회는 이날 워싱턴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고 공화당 소속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트럼프(312표)와 자신(226표)이 받은 선거인단 표수를 발표한 뒤 트럼프를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언했다. 회의 시간은 35분 남짓이었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의 극성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던 4년 전과 달리, 이날은 아무 일도 없었다. 해리스는 회의 후 성명에서 “미국 국민이 당연시해야 할 우리 민주주의의 핵심 기둥 중 하나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라며 “오늘 미국 민주주의는 건재하다”고 밝혔다. 2021년 ‘1·6 사태’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 회의를 주관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위협받았던 공화당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이런 역사적 절차에 질서와 예의가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썼다. 워싱턴 폭설로 이날 의사당 주변에는 인적마저 드물었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의 승리를 “미국 역사상 가장 놀라운 정치적 복귀”라고 표현했다. 그 정도로 1·6 사태가 미국 사회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물론 트럼프의 정치력이 뛰어났다. 그는 자신을 겨눈 사법적 단죄 시도를 정치적 박해로 능란하게 치환하며 지지자를 결집시켰다. 그러나 민주당의 실패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CNN은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위협이라는 것을 유권자에게 확신시키지도, 국민의 경제적 고충과 이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두 번 탄핵되고 네 번 기소된 데다 유죄 평결까지 받은 전직 대통령을 이길 후보 하나 내놓지 못했다”고도 질타했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망신이다. CNN은 “트럼프가 모독하려 했던 민주주의라는 신전이 그를 신으로 모신 꼴”이라고 개탄했다.
문제는 여파가 치욕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최악의 선례로 남을 수 있다. CNN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폭력을 선동해도 처벌을 모면하고 권력을 되찾는 게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후대에 전해질지 모른다”고 논평했다.
‘객관성’도 위기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라는 용어를 고안해 거짓말을 호도하고 음모론을 부추겼다. 그런 그가 이제는 ‘대체 역사(alternate history)’까지 만들어 내려 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6 사태에 관한 한 범죄자를 사면하고 단죄자들에게는 보복하겠다는 뜻을 트럼프는 줄곧 내비쳤는데, 이는 기억이나 역사를 조작하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 전통은 정상화하되, 역사를 다시 쓰거나 지우려 하는 수정주의 시도에는 집요한 기억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선 결과 인증은 평온했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4년 전 1·6 전투가 반란 진압을 위한 물리적 싸움이었다면 올해 1·6 전투는 대선 승리를 발판 삼아 그날의 참혹한 현실(의사당 폭동)을 지우려는 트럼프에게 대항하는 심리전”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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