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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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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겨울이다. 추위를 피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숨어든 길고양이를 만나는 일이 종종 있다. 잠깐의 긴장과 탐색이 끝나면 우리는 무심하게 서로 스쳐 지나간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길고양이'라는 이름은 이들의 특성을 꽤나 잘 표현한다. 길고양이는 누군가 길에 버린 유기동물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이 정의하듯 “주택가 따위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이다. 길고양이는 반려동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스스럼 없이 친밀감을 표현할 수 있고 부름에 응답할 수 있다. 길고양이는 야생동물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인간 곁에 머무르며 먹이를 받아 먹는다.
9,500년 전, 고양이는 곡식 창고를 해치는 쥐를 잡는 파트너로 인간 곁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이후 오랫동안 농촌이었던 인간의 주거지에서 사람의 손길을 받으면서도 자유롭게 길과 집을 오가며 유연한 관계를 유지했다. 친절한 소녀나 굶주린 생명을 외면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만나면 그 집 부뚜막에서 따뜻한 겨울을 나기도 하고, 반면 어떤 집 마당에서는 말린 생선을 몰래 먹다가 들켜 죽임을 당했을 수도 있다. 오늘날 도시의 길고양이는 특정 가게 앞에서 손님에게 먹이를 받거나, 이웃 주민들이 돌아가며 돌보는 ‘동네 고양이’로 자리 잡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소음과 쓰레기를 유발하는 불청객으로 미움과 학대를 받기도 한다.
인간은 동물을 인간의 편의대로 규정하고 그 틀에서 벗어난 동물을 불편해한다. 애정의 대상과 해로운 동물은 다른 범주에 속하며 이들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달라야 마땅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야생 동물로 사는 듯 보이지만 인간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간의 직접적인 통제권 아래 있지 않지만 인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인간 활동에 의존적으로 살아간다. 이런 '경계동물'은 인간이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만든 도시에서 길고양이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계의 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경계동물인 고양이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적이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의논해 길고양이를 돌보고 중성화를 확대하는 사례는 작은 출발점이다. 길고양이를 대하는 우리의 방식은 동물 문제를 넘어, 생명과 공존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책임을 정립하는 데 있어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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