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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원전 설비개선 사업의 의미

입력
2025.01.08 04:30
25면

세계 각국은 다시 '효율성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페이스X 로켓 재활용으로 우주탐사비용 감소와 폐기물 최소화를 추구한 일론 머스크를 행정효율화 위원회 수장으로 임명하고 효율성의 패러다임을 국가 운영에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취하고 만들고 버리는(Take-make-dispose) 모델로 운영되는 전통적 선형 경제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적합하지 않다. 재사용, 재활용, 자원의 재생을 강조하는 자원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순환 경제 관행을 채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페이스X 사례처럼 우수한 기술을 통해 로켓과 같은 복합적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다면, 유사한 원칙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더 큰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최근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을 위한 시설 개선 프로젝트 수주 소식을 전했다. 시설 개선은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을 거의 새것처럼 리모델링해 계속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대규모 자원 재순환 프로젝트다. 이번 수주 소식이 기쁜 이유는 우리나라의 발전된 원자력 기술력을 통해 국제적으로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자원순환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체르나보다 원전은 우리나라가 수출하거나 운영하지 않은 발전소인데도 루마니아는 이 원전의 원천 공급업체인 캔두 에너지(Candu Energy)와 안살도(Ansaldo)뿐 아니라 한수원의 참여를 원했다. 이는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은 소규모 운영 및 유지보수(O&M)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경수로 원전 시설 개선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 수 있게 됐다. 또 단순 수출 계약이 아니라 국제적 공조를 통해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자원순환경제와 에너지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게 됐다. 루마니아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면서도 기존 발전소의 리모델링을 통해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해 순환경제 증진과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과거 반도체 기술 혁신은 전환기에 우리 경제를 중요한 순간으로 이끌었다. 이제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기술을 발전시켜 경제 재도약을 이끌어야 한다. 원자력에너지 분야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계속 운전을 위한 기술 개발은 자원순환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글로벌 트렌드에서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 연구개발 분야의 지원을 통한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수출과 일자리 창출, 에너지 안보, 회복력 있는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박형준 한국정책학회장·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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