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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영혼의 양식… 음미할 독자 남아있기를"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

입력
2025.01.06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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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교양, 번역, 어린이·청소년, 편집 등 5개 부문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에서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과 심사위원,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사위원인 표정훈 출판평론가와 조영학 번역가,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수상자인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김진 사계절출판사 편집자, 권윤덕 작가, 김동수 작가, 노승영 번역가, 심사위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이성철 사장. 이한호 기자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에서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과 심사위원,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사위원인 표정훈 출판평론가와 조영학 번역가,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수상자인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김진 사계절출판사 편집자, 권윤덕 작가, 김동수 작가, 노승영 번역가, 심사위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이성철 사장. 이한호 기자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이 6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1960년 제정된 한국출판문화상은 2024년 출판된 책 중 저술(학술), 저술(교양), 어린이·청소년, 번역, 편집 등 5개 부문 우수 도서에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저술 학술 부문 수상자인 '휘말린 날들'(반비)을 쓴 서보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상은 당대에는 더럽다고 비난받았지만 결코 꺾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자, 스스로가 내쫓긴 사람이면서도 다른 이들의 회복을 도와온 감염인 당사자들, 새롭게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좌절이 아니라 삶의 조건으로 담담하게 맞이할 청소년, 청년에게 주어지는 자랑스러움"이라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에 '먼저 휘말린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저술 교양 부문에서 상을 받은 '헌법의 순간'(페이퍼로드) 저자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1948년 헌법을 만든 '헌법의 순간'은 198명 제헌의원들이 주역이었지만, 2024년 '헌법의 순간'은 온 국민이 주역이었다"며 "이 위기가 지나고 그 위기에 맞섰던 순간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 때쯤 무엇이 헌법의 위기를 초래했는지 꼭 살펴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번역 부문 수상자인 '세상 모든 것의 물질'(까치글방)을 옮긴 노승영 번역가는 "요즘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을 점점 더 믿는 것 같지만 저는 사람을, 그중에서도 인간 번역가의 다름, 또는 나음을 알아차리는 감식안을 가진 사람들을 점점 더 믿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리사가 맛있고 영양 많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를 고르고 솜씨와 정성을 기울이는 것처럼 번역가도 아름답고 재미있는 영혼의 양식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며 "그런 별미를 음미해줄 독자가 부디 남아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린이·청소년 부문 수상자인 '오늘의 할 일'(창비)의 김동수 작가는 "작가의 말 마지막에 '세상의 모든 것들과 벽 없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이라는 나뭇가지를 보냅니다'라고 적었다"며 "나뭇가지가 어린이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편집 부문 수상작 '민주인권 그림책 시리즈'(전 8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사계절출판사가 펴냈다. 국내외 작가만 13명, 편집자 6명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총감독한 권윤덕 작가는 "민주 인권이라는 게 어린아이들부터 마음속에 차곡차곡 자라나면서 심지를 붙이는 그런 책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공동의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진 사계절출판사 그림책 편집장은 "그림책 장르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신뢰와 책에 무얼 어떻게 담아야겠다는 지향점이 같아서 함께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민주와 인권이 개념어로서가 아니라 일상어로 스며들어 잘 회복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를 한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는 "해외 도서전에 갔다가 내년을 잘살기 위해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장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한국출판문화상은 정신적인 김장과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시대의 흐름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을 쓰고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이 계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조영학 번역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등 심사위원과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 이외에 수상자 가족·친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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