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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너무 많은데…치료할 수 있을까요?

입력
2025.01.06 18:00
19면

단신 고령 가구 19.5%, 사회적 교류 없어
수술 결정 전에 본인 의사 반영이 중요

나이가 들수록 노화로 인해 다양한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허리나 무릎, 어깨 등에 근골격계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며, 젊은 시절엔 없었던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 만성 질환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특별한 의학적인 진단명이나 명확한 이유 없이 손발이 저리거나 다리에 힘이 없거나, 소화력이 떨어지거나 잠을 곤히 자기 어려워지는 변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매일 일어나서 꾸준히 출근하던 직장이 없어지게 되면서 사회관계가 감소하는 탓에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한 가정이 조부모와 살면서 육아에 대한 부담과 조부모의 노후에 대한 부담을 가족 전체가 부담하는 방향이었다면, 최근에는 단일 가정 위주로 생활하는 핵가족화가 일반화되었다. 2024년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023년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가 전체의 37.8%를 차지했다. 혼자 사는 고령자의 19.5%는 가족이나 친인척,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없으며, 18.7%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갑자기 큰돈을 빌리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만큼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적으로도 활발히 교류하는, 외롭지 않은 노후를 바라지만 실제로 이를 이루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더욱 서러운 것은 노년기에는 다양한 질병들이 예고 없이 찾아오곤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암과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이다. 이렇게 질병을 마주할 때 평소 건강과 노화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환자마다 치료에 대한 선택이 달라진다. 평소에 정말 '목숨대로 살다가 가겠다'라는 마음으로 건강검진조차 받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중증이더라도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어르신들도 많다.

필자는 당사자의 평소 가치관과 현재 가장 불편한 점, 치료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당사자에게 질병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들과 치료 과정에서 예상되는 합병증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아주 고령의 어르신은 대부분 외래에 들어와 본인은 아무 말씀이 없고 자녀분들만 열심히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도 가능하면 환자 본인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장 난감한 경우는 환자와 보호자의 가치관이 다른 경우이다. 위암으로 인한 출혈로 수술적 치료를 고민하는 85세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보호자가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85세면 수술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지요?”라고 물어보는데, 어르신 환자는 옆에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이럴 때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나 힘든 약물 치료를 포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고령에다 동반 질환까지 많은 경우에는 치료를 진행하는 게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특히 치료를 권하는 건 비교적 쉽지만, 치료하지 말자고 설득하는 것은 더 많은 설명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의학적 결정이다. 따라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환자 본인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결정을 돕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에는 모두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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