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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에 우체통을 설치하는 이유

입력
2025.01.13 04:30
25면

지난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 계단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무안=연합뉴스

지난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 계단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무안=연합뉴스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부랴부랴 무안공항(전남 무안군)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광주를 경유해 무안행 버스에 몸을 싣는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유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 그들에게 위로를 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자, 이미 수많은 조문객과 관계자들로 혼잡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슬픔 속에 잠겨 있었다.

손편지운동본부는 공항 관계자의 허락을 받아 공항 내 한 계단을 ‘추모의 계단’으로 임시로 지정했다. 그리고 슬픔을 함께하려는 이들에게 추모용 손 편지 종이를 기꺼이 나눠드렸다. 조문객들은 손으로 꾹꾹 눌러쓴 추모 편지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들의 작은 마음은 추모의 계단을 하나하나 형형색색으로 채워 갔다. 추모 편지 활동은 오는 2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아울러 손 편지에는 이름 모를 봉사자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쏟아졌다. 실제로 무안공항 1층 청사에는 450명, 2층에는 500명 등 일일 봉사자 수가 무려 1,000명에 달한다. 봉사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식사, 간식거리 제공은 물론 침구류, 생필품, 샤워 차량 등 유가족들과 조문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또 경찰관, 소방관, 공무원들도 24시간 안전과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들을 보노라면 대한민국의 국격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가슴 뭉클할 정도의 감동이 느껴진다.

30년 전 필자 역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사고로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그 깊은 슬픔과 상실감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2012년 3월 손편지운동본부를 설립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희생자를 위한 추모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그리고 2023년 3월에는 한강 자전거길 공원 한쪽(경기 남양주시 다산로 478-56)에 자그마한 손 편지 테마 정원을 조성해 누구든지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손 편지로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안공항 추모 엽서. 엽서 속 오른쪽 우체통이 오는 2월 10일 무안 공항에 설치될 우체통이다. 손편지운동본부 제공

무안공항 추모 엽서. 엽서 속 오른쪽 우체통이 오는 2월 10일 무안 공항에 설치될 우체통이다. 손편지운동본부 제공

손편지운동본부는 이번 사고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오는 2월 10일 공항 내 한편에 ‘추모 우체통’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추모 우체통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사랑과 열정을 기리는 공간으로, 조문객들이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이다. 또한 비극의 교훈을 되새기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다짐하는 우리의 약속의 공간이 되리라 믿는다. 철저한 점검과 안전 수칙 준수, 그리고 사고를 기억하고 교훈을 잊지 않는 노력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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