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따져본 트럼프 2기의 한반도 정책
국방 부차관보, '한국 핵무장' 발언에 주목
워싱턴 안보 쓰나미, 속수무책 '탄핵 정국'
차관급 이상 도널드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 라인업이 완성됐다. 8년 전과 달리 속전속결로 보안도 철저하다. 국무·국방장관 및 국가안보보좌관(NSC) 등은 거시적 차원에서 정책을 집행한다.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정책을 수행하기 때문에 장관이 모든 문제를 각론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다. 국무부는 2명의 부장관(Deputy Secretary) 이외에 6명의 차관(Under Secretary)을 둔다. 국방부 역시 부장관 외에 각 군 장관과 차관을 둔다. "전쟁은 장군들에게만 맡겨두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다(War is too serious a matter to be left the generals)"라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명언에 따라 국방장관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위 정치인을 임명한다. 세계 최강 군대를 보유한 미국이 249년 역사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다.
미국 47대 대통령 취임이 임박함에 따라 차관급 이상 외교·안보 책임자들의 면면을 통해 트럼프 2기 동북아와 한반도 정책의 윤곽을 잡아보고자 한다. 트럼프 진영에 대한 대면 접촉이 어려워서 그나마 인적 구성을 통해 향후 닥칠 쓰나미를 가늠하고자 한다.
우선 대중 강경정책이 핵심 키워드다. 의회 경험이 풍부한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과 공화당 강성 지지층들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맞지 않는다"며 지명에 불만을 표시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중국 견제에 주력할 것이다.
국방부 장·차관 인사는 동북아와 한반도 정책에 미묘한 불확실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 내각의 깜짝 인사 중의 하나는 프린스턴대 ROTC 출신의 예비역 소령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다. 폭스뉴스 방송 진행자 출신의 그는 "지구상 가장 멍청한 표현이 '다양성이 군대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에서 자신을 통제했던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달리 충성심이 약한 군 장성들의 숙청에 앞장서며 국방부 내부 개혁에 방점이 실린다.
정책차관에 내정된 엘브리지 콜비 트럼프 1기 국방부 부차관보는 "힘을 통한 평화(bring peace through strength) 정책을 이행할 것"이라고 트럼프가 소개한 인물이다. 거부전략('The strategy of denial', 2023)의 저자인 콜비는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인사 중 동북아와 한반도 관련 정책을 가장 구체적으로 언급한 인사다. '주한미군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은 아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 등 기존 조 바이든 정부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언급이 적지 않다.
그의 발언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시사한다. 2만8,500여 명 주한미군의 임무는 북한보다는 대만 방어에 힘이 실릴 것이다. 한미일 해상 합동훈련도 동해보다는 서해나 대만해협 인근으로 작전 반경이 변경될 수 있다. 콜비는 핵우산에 해당하는 한미 확장억제가 효과가 없으며 워싱턴 선언은 북핵을 해결하지 못하고 한국의 안보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콜비는 해외미군 감축과 방위비 인상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미 의회가 국방수권법에서 주한미군 숫자를 현행대로 명시했지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축소될 수 있다. 핵무장을 포함한 자주 국방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하다. 워싱턴발 외교·안보 쓰나미가 몰려올 가능성과 복잡한 미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데, 을사년 탄핵정국에서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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