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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권도형, 미국 인도 뒤 첫 법정 출석… “영어 알아듣는다”

입력
2025.01.03 06:56
수정
2025.01.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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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창업자 재판 받은 뉴욕 연방법원
사기 등 혐의 부인… 연방구치소 수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포드고리차=로이터 연합뉴스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포드고리차=로이터 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테라폼랩스 창업자 권도형(34)씨가 미국에 압송된 뒤 처음 법정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권씨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서 변호사를 통해 사기·시세조종 등 혐의들을 부인했다. 법정에서 그는 자신이 영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보석 없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데 동의했고, 심리 뒤 브루클린의 연방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날 권씨가 출석한 맨해튼 법원은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재판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범죄인 인도를 통해 미국으로 넘겨진 권씨가 미국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앞서 몬테네그로 정부는 2023년 3월 말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권씨를 위조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한 뒤, 1년 9개월간 그를 한국으로 송환할지 미국에 보낼지를 저울질해 왔다. 한국 정부도 권씨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권씨 역시 미국보다 경제범죄 처벌이 약한 한국행을 희망했지만, 몬테네그로 법무부의 최종 결정은 ‘미국 인도’였다.

권씨가 받는 혐의는 증권사기·상품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사기 음모, 시장 조작 음모, 자금세탁 공모 등 총 9개다. 자금세탁 공모죄는 이날 추가됐다. 권씨는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에게 이를 숨긴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 원가량의 피해를 입혔다는 게 미국 검찰의 판단이다.

미국에서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권씨 기소 이후에는 지금까지 추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는 미국 법원에서 100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한국은 경제사범 대상 최고 형량이 징역 40년 남짓이다. 권씨는 형사재판과 별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이미 패소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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