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언제 체포하나... 공수처 '평일이냐 주말이냐' 저울질

현직 대통령 경호 문제 고려하면 휴일
지지단체 등 안전 등 감안할 땐 평일
격렬히 저항하면 여러 번 시도할 수도
영장 집행 시한은 6일... 공수처 고심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찰과 경호처 직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박시몬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를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는 물론 윤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관저 앞에서 영장 집행을 막아설 가능성이 높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 및 수색영장 집행 시기와 방식을 두고 경찰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윤 대통령 측에 공격 빌미를 줄 절차적 흠결이 없도록 집행 단계별로 세부내용까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영장 유효기간인 1월 6일까지 집행하지 못하면 공수처는 다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경호처와 지지자들의 육탄 방어로 불발될 경우를 감안해 2차, 3차 집행까지 고려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공수처가 언제를 집행 시기로 잡을지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경기 과천의 공수처 청사까지 함께 이동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경호 문제를 감안하면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평일보다 주말인 4일이나 5일이 무난하다. 하지만 평일인 2일이나 3일 집행 가능성도 있다. 주말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관저 주변에 많이 몰려들기 때문에 집행 과정에서 안전 사고 우려가 있다. 공수처는 인파 관리와 물리적 마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에서 기동대 경력을 지원받는 문제를 협의 중이다.

공수처가 발부받은 수색영장으로는 야간 집행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벽에 기습적으로 집행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야간 집행 시 지지자들이 격해질 수 있고 '정공법'이 아니라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엄정한 법 집행은 하되 예의는 지킬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자진 출석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차례 집행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미 세 차례 공수처의 소환 통보에 불응한 상황에서 체포영장 집행까지 무력화하려는 장면이 중계되면 비판 여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호처와 지지자들에게 막히더라도 계속해 영장 집행을 시도하면 윤 대통령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경고장을 날려둔 상태다. 전날 경호처에 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해 처벌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오 처장은 이와 관련해 "바리케이드, 철문 등을 잠그고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공무집행 방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앞서 '군사상 비밀'과 '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경우에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도록 정한 형사소송법 제110·111조에 따라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한 공수처의 관저 수색에도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잖은 상황이다. 하지만 공수처가 체포영장과 함께 발부받은 수색영장에는 이례적으로 '형소법 110·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법원이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막을 명분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 판단을 문제 삼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형소법 어디에도 판사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불법 무효로서 사법 신뢰를 침해하는 매우 중대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헌법재판소에는 이 내용으로 추가 권한쟁의 심판도 청구하기로 했다. 전날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발부로 대통령 권한이 침해됐다면서 권한쟁의 심판과 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