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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캐나다서도 둔덕 충돌 사고... "ICAO 규정 위반 아니다" 설치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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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캐나다에서도 화물기가 착륙 중 활주로 너머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충돌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유사하게 당시 캐나다 관계당국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둔덕 설치를 승인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캐나다 교통안전위원회의 '보잉 747-244기 핼리팩스국제공항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10월 14일 스페인으로 가려던 화물기가 이륙에 실패해 활주로에 2번 추돌한 후 활주로 끝 둔덕에 꼬리가 부딪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탑승자 7명이 모두 사망했다. 항공유와 화물 무게를 고려했을 때 높은 출력이 필요했으나, 조종사 피로로 인한 과실로 낮은 출력 이륙이 시도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원회는 "둔덕에 부딪혀 꼬리가 떨어져 나간 탓에 화물기가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고는 제주항공 참사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우선 로컬라이저 둔덕이 사고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핼리팩스 공항의 둔덕은 무안공항 둔덕처럼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고정하기 위해 제작됐다. 흙더미 위에 콘크리트 슬래브가 넓게 고정돼 있고 그 위에 안테나가 설치된 형태로, 활주로 끝에서 약 350m(1,150피트) 거리에 위치해있다. 높이는 3.5m(11.6피트)였고 경사진 형태로, 화물기는 둔덕 꼭대기 부근에 추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계당국은 심사를 통해 둔덕 설계를 승인했다. 다만 공항 직원들 사이에선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사고 약 1년 전인 2003년 9월 당국으로부터 설치 승인을 받은 후 핼리팩스 공항 일부 직원들은 잠재적인 위험성을 우려해 당국에 재조사를 요청했다. 캐나다 국토부는 둔덕에 대해 조사했지만 "교통안전위원회 논의 결과 로컬라이저가 공항 인증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때도 ICAO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과 캐나다 내 프레더릭턴국제공항, 뉴브런즈윅공항 등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둔덕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당시 캐나다에서도 둔덕은 종단안전구역(RESA) 바깥에 설치돼 장애물로 여겨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국토교통부도 무안공항 둔덕이 해당 구역 밖에 있어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당국 규정에 따라 RESA는 최소 90m 확보돼야 하고, 핼리팩스 공항 기준으론 150m가 확보돼야 한다"며 "둔덕은 이 기준 너머에 설치돼 있다"고 했다.
캐나다 위원회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조종사에게 있다고 보면서도 둔덕에 대한 위험성을 함께 경고했다. 위원회는 "ICAO 및 캐나다 교통부가 장애물 제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결국 사고기 꼬리와 충돌해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했다"며 "활주로 너머 RESA 장애물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항공기 이착륙 시 불필요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험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핼리팩스 공항은 사고 이후로 둔덕 높이를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20여 년 전 유사한 사고가 있었는데도 항공업계가 이를 안전기준에 반영하지 않은 데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전직 조종사 A씨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둔덕을 설치해둔 만큼 국제적 차원에서 논의를 통해 강화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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