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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잃은 고통 우리 아니면 누가…" 제주항공 유족에 손 내민 이태원 유족

입력
2025.01.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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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무안공항 참사 현장서 만나 위로 건네
"희생자·유족 향한 2차 가해 멈춰야" 호소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내 합동분향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참배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내 합동분향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참배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고통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가 여기 왔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20여 명이 3일 오후 3시쯤 무안국제공항에 있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섰다. 검은색 상복에 보라색 목도리를 두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세 줄로 나란히 서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향해 묵념했다. 국화꽃을 꽉 쥔 손은 하얗게 질렸고, 몇몇은 차마 영정 사진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참배를 마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를 건넸다.

이정민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무안공항 입구에 발을 놓는 순간 질식할 것만 같았다"고 했다. 그는 2022년 10월 29일 딸 고(故) 이주영씨를 잃었다. 뉴스를 본 순간, 공항이 가까워지는 순간, 왜 딸이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참사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싸워야 했던 고통들이 생생히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도 이들은 용기를 냈다. 이럴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참사를 겪은 가족끼리 서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고, 공감하는 게 트라우마 치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악의적 비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 참사 때도 각종 허위 사실과 유언비어, 희생자를 모독하는 악성 게시글이 인터넷에 퍼졌다. 악의적 글들이 계속되자 경찰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악성 게시글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광주지방변호사회가 이날 희생자들을 대신해 악성 게시글 작성자들을 고소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희생자들은 2차 가해를 견딜 만한 여력이 도저히 없다"며 "상상도 못한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졌는데 이유도 없이 공격을 받는 심정을 아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큰 슬픔을 겪은 희생자들에게 더 이상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이라고 호소했다. 또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오롯이 장례를 치르고 제대로 애도할 수 있게끔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제주항공 참사 현장을 방문한 이 위원장은 "내 가족이 먼저 떠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매우 많은 시간과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언제든지 저희 도움이 필요하면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안=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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