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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안공항 활주로 2800m? 실제는 2500m…잘려 나간 300m의 영향은?

입력
2025.01.01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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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연장 공사 탓 종단안전구역 부족
기존 활주로 300m 잘라내 안전구역으로
동체착륙 1200m 지점, 미끄러진 거리도 짧아져
당국 "활주로 충분하지만 모든 가능성 조사"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등이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등이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공사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길이가 기준치에 미달할 상황에 놓이자 정부가 활주로를 기존 2,800m에서 2,500m로 단축한 사실이 확인됐다. 활주로를 줄인 자리를 종단안전구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당국은 짧아진 활주로가 제주항공 7C2216편의 동체착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31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무안국제공항 주무 관청인 부산지방항공청은 올해 5월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공사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활주로 연장 공사로 종단안전구역이 기준치보다 줄어드는 문제를 논의했다.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할 때를 대비해 활주로 끝부분부터 설정하는 완충지대다.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활주로 남북으로 각각 199m 구간이다. 활주로 연장 사업은 활주로를 북쪽으로 360m 연장하는 것으로, 공사를 시작하면 차량이 통행해 기존 종단안전구역과 활주로 북쪽에 위치한 착륙대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공항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당국은 활주로 길이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활주로 북쪽 끝부분을 기존보다 300m 안쪽으로 당기고 바깥을 종단안전구역으로 재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항공청도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공사 관제분야 변화관리 결과 보고’라는 보고서에서 관련 협의체를 조직해 한 달간 협의한 결과, 공항 시설 기준 사항은 시공사가 아닌 당국(시설담당부서)에서 조치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결과적으로 항공기가 착륙할 때 가용할 활주로는 기존보다 짧아졌다. 실제 부산지방항공청은 공시거리가 기존보다 줄어든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공시거리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적합한 활주로 길이다. 착륙한 항공기가 지상 활주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데 적합한 활주로 길이 등이 포함된다.

보고서에는 "활주로 공시거리 단축 등을 통해 관제분야와 관련된 공항 운영은 안전상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공사방법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이를 적용한 활주로 공시거리 단축안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명시했다. 활주로 공사 기간 동안 공시거리를 줄이고 이를 외부에 공개해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가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고기는 기존 활주로를 종단안전구역으로 대체한 활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동체착륙한 후 활주로와 남쪽 종단안전구역을 시속 200㎞가 넘는 속도로 미끄러지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딪치면서 폭발했다. 국토부는 전날 사고기의 동체착륙 지점을 묻는 질문에 "대략 활주로 3분의 1 지점, 시작점으로부터 1,200m 지점에 착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기존 활주로 거리인 2,800m라면 동체착륙 지점이 3분의 1 지점일 수 있지만, 2,500m로 줄어든 상황이면 사고기는 활주로 중간 부분에 동체착륙한 셈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양양국제공항도 활주로가 2,500m 수준인 만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는 사고기 기종 이착륙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대상이 사고와 관련된 여러 원인을 살피기 때문에 공시거리 단축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전에 이상이 없으면 공사와 공항 운영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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