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김승민 큐레이터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로 서울, 런던, 뉴욕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며 600명이 넘는 작가들과 24개 도시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 시장의 모든 면을 다루는 칼럼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견인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힘에 대한 인사이더 관점을 모색한다.
인공지능(AI) 혁명은 예술의 정의를 새롭게 바꾸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최근 두 가지 사건은 우리가 이 변화를 배워가며 테스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나는 자칭 최초 AI 아티스트 '아이다(Ai-Da)'가 그린 앨런 튜링의 초상화가 경매에서 100만 달러에 팔린 일이다. 다른 하나는 필자 주도로 인천공항에서 이뤄진, 로봇이 인간을 돕는 기계가 아닌 작가의 '협력자'로 등장한 전시다. 이 두 사건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AI와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난 11월, AI 아티스트 아이다의 앨런 튜링 초상화가 소더비 경매에서 1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소더비는 'AI 예술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아이다가 '빌리 엘리시'와 같은 유명 인물을 그리게 하고, 유엔 등 여러 장소에 전시회를 연 것은 마치 신인 가수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다의 예술은 카메라로 얻은 시각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로봇 팔을 통해 그림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미드저니'(Midjourney·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모델)와 접근법이 달랐다. 하지만 이 또한 인간 신경망의 작동 방식을 모방한 방식으로 새롭기보다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상상되어온 기묘한 미래가 가까워진 기분이다.
인천공항에서는 AI 기반 로봇 작가를 주제로 한 아그네츠카 필라트의 'See Spot Paint'가 열렸다. 로봇개 두 대(바시아 2.0과 버니 2.0)를 통해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탐구한 전시였다. 바시아 2.0은 코딩된 해석을 통해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문화적 랜드마크를 그림으로 표현했고, 버니 2.0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한국 게임들을 즐겼다.
필자는 이 전시를 기획하며 AI의 적용과 실재 사이의 오차, 그 극복 과정에서 다양한 예술적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 이들이 습득하는 정보는 챗gpt가 가능한 정보들을 계속 축적하듯, 무엇을 되먹임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 같은 면모를 보인다는 걸 알았다. 둘째, AI에 습득하지 않은 정보들은 (인간에겐 간단한 빈 공간일지라도) 혼란스러운 미로로 다가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리벽은 벽이고, 어느 정도 넓이로 로봇 팔을 뻗어야 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등 여러 정보를 꼼꼼이 되먹임해야 했다. 셋째, 예술가의 비전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로봇에 전달되더라도, 현실은 0과 1로 이뤄진 세상이 아니기에 오차가 존재했다. 요컨대 디지털 메타버스를 넘어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오는 AI의 아바타 같은 경험을 한 셈이다.
아이다의 성공과 인천공항 전시는 AI 예술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상업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영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는 인간 창의성과 기술적 한계가 교차하는 경계에서 지속적인 실험과 논의가 필요한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AI 예술은 도구를 넘어, 우리가 예술과 창의성의 본질을 늘 재정의하고 있는 그 과정임을 또 한번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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