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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수읽기 영역

입력
2025.01.01 04:30
24면

흑 이지현 9단 vs 백 박정환 9단
결승 3번기 2국
[63]

3보

3보


5도

5도


6도

6도

바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단언컨대 수읽기 영역일 것이다. 돌의 행마나 포석 방향 등은 모양이나 규칙성을 보고 외우는 게 일정 부분 가능하고 주변 상황과 관계없이 배운 것만으로 꽤 높은 수준을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흑백 간 돌이 충돌하는 수읽기 경우엔 다른 차원의 얘기다. 주변에 있는 모든 돌, 상황에 따라선 바둑판 반대편에 있는 축머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매 판이 명확하게 상이하다. 이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영역인데,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은 자신의 산업 분야에서 이 ‘수읽기’를 적용할 것이고 올해가 그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 AI 에이전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금까지의 AI는 공통된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개인에게 발생한 상황마다 직접적인 추론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해답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백1은 부분적인 사활의 급소. 얼핏 크게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 흑2, 4가 흑의 입장에선 최선의 방어. 백5, 7로 흑 한 점을 차단하고 백9에 벌리자 백 세력 역시 훌륭해졌다. 흑10은 무난한 삭감의 행마. 상대방에게 공격을 할지 수비를 할지 애매하게 만드는 곳이 일반적으로 좋은 삭감이다. 공격적인 성향의 이지현 9단의 선택은 백11. 멀리서 흑을 포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의 최선은 5도 백1. 상변 흑 한 점을 공격하는 것보다 실리 전환이 우선이었다. 실전 흑12, 14는 박정환 9단의 과수. 지나친 욕심으로 6도 백1, 3으로 버텨 패를 결행했다면 백9까지 흑이 괴로운 진행이다. 이것을 놓친 실전 백15가 이 대국에서 가장 큰 실착이었다. 흑이 흑24에 붙이자 공격을 위한 백의 행마가 상당히 제한됐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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