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폭력 민사재판' 2심도 패소… 74억 원 배상금 유지

재판부 "트럼프, 1심 오류 입증 못해"
1200억 원 위자료 재판 영향도 관심
트럼프 측 "마녀사냥 즉각 중단"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6월 위스콘신주 러신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러신=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과거 패션 칼럼니스트인 E.진 캐럴을 성추행했던 사실이 2심 민사재판에서도 인정됐다. 74억 원 규모 배상금 지급 명령도 유지됐다.

캐럴, 트럼프 성추행 혐의 제기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고등법원은 캐럴이 트럼프 당선자를 상대로 낸 성범죄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1990년대 캐럴이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배심원 평결에 따라 지난해 5월 500만 달러(약 74억 원) 규모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트럼프 당선자는 1심 법원이 오류를 저질렀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가 캐럴 사건과 관련 없는 증인 진술의 영향을 받아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트럼프 측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앞서 1심 재판에서는 과거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하는 여성들이 법정 증언대에 나와 캐럴의 성폭력 혐의 제기를 지원했는데, 트럼프 측은 이를 '사건과 무관한 부적절 진술'이라고 폄훼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이 캐럴이 트럼프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위자료 지급소송 항소심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캐럴에게 위자료 8,330만 달러(약 1,228억 원) 지급을 명령받았고 이 재판 결과에도 항소했다. 이날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결정이 위자료 항소심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패션칼럼니스트인 E.진 캐롤이 지난 9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맨해튼=AP 연합뉴스

트럼프 측 "사법 무기화" 반발

트럼프 측은 이날 상소 의사를 밝혔다. 내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청은 이날 “미국 국민은 사법제도의 정치 무기화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민주당이 지원하는 캐럴의 거짓말을 포함한 모든 ‘마녀사냥’을 신속히 기각하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