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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선포하는 건 늙은이들이지만…"

입력
2025.01.0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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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쟁고아의 날

1월 6일은 세계 전쟁고아의 날이다. worldorphansday.org

1월 6일은 세계 전쟁고아의 날이다. worldorphansday.org

16세기 종교전쟁의 시대를 살았던 인문주의자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1466~1536)는 그를 제 편으로 끌어들여 세를 불리려던 교황과 왕들의 회유와 강압을 견디며 마지막까지 독립독행했다. 그가 무리에 투신하지 않은 것은 실리를 위해 서슴없이 진실을 왜곡·은폐하는 무리의 논리를 혐오했기 때문이었고, 편가르기의 필연적 귀결인 배제와 차별, 그 극단인 전쟁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겪어보지 않은 자에게 전쟁은 늘 달콤한 것이다”란 문장을 남겼다.

미국 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1874~1964)는 1929년 대공황이라는 미증유의 시련과 더불어 임기(1929~1933)를 시작한 탓에 그리 인기 있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1차대전 난민 구제위원회를 창설해 폐허의 유럽 난민을 도운 박애주의자였다. 그는 “전쟁을 선포하는 건 늙은이들이지만, 싸우다 죽는 건 젊은이들”이라는 유구한 진실을 교훈으로 일깨웠다.

하지만 21세기에 후버의 말은 반만 옳다. 2차대전 이후의 전쟁은 전장의 개념을 점차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자 비중은 경향적으로 커졌다. 1차대전 민간인 희생자는 전체 사상자의 약 42%였지만 전략 폭격이 시작된 2차대전에서는 60~67%로 폭증했다. 지금 자행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홀로코스트를 그들 주장처럼 전쟁이라 친다면 그 비율은 훨씬 끔찍할 것이다. 미사일과 드론 폭격기는 신분과 성별, 연령을 고려하지 않는다.

1월 6일은 국제 사회가 정한 ‘전쟁고아의 날’이다. 프랑스 단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의 SOS(SOS Enfants En Détresse)'가 제정하고 유니세프를 비롯한 세계 여러 NGO가 호응해 전쟁고아들의 교육과 주택, 보건 등의 현실과 미래를 염려하며 챙기는 날. 유니세프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 세계 고아는 약 1억5,000만 명으로 대부분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이들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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