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스포츠 중계권' 독점의 폐해

입력
2025.01.01 04:30
25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지난 2022년 12월 6일 새벽 광화문광장에서 붉은 악마 응원단이 중계 화면을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지난 2022년 12월 6일 새벽 광화문광장에서 붉은 악마 응원단이 중계 화면을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때마다 어느 채널이 더 재미있고 유익한가를 놓고 토론이 펼쳐진다. 화려한 경력의 박지성, 예능 감각을 접목한 안정환, 탁월한 예측력의 이영표까지 어떤 해설자를 선택할지도 또 다른 재미다.

시청자들의 행복한 고민이 앞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JTBC가 2026~2032년 네 차례 올림픽을 독점 계약한 데 이어, 지난 10월엔 2026~2030년 월드컵 중계권까지 독자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독점은 가격을 올리고 시장 실패를 초래한다. 방송 3사가 공동 계약한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중계권료는 6,000만 달러였지만 한 방송사가 독점한 2010년에는 1억4,000만 달러로 2배 넘게 올랐다. 지나친 상업성 탓에 일부 기업이 붉은 악마의 응원곡 일부를 금지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중계권 치킨 게임은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에 지상파 3사는 2010년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를 결성했다. 그러나 JTBC는 공동 협상의 틀을 깨고 독자 협상에 나서며 게임의 룰을 무너뜨렸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중계권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JTBC는 2023년 584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직원 80여 명을 내보내며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다. 스포츠 관련 자회사들의 직원을 분사시키고 수백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다른 방송사를 상대로 중계권을 비싸게 재판매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 국부 유출을 야기하고 경쟁 규칙을 깨뜨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2023년 지상파 광고 매출이 23% 역성장하는 등 방송광고 시장이 매년 쪼그라들고 있는 만큼 지상파가 비싸게 중계권을 사줄 것이란 낙관적 전망 역시 희망 고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열쇠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쥐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방송법 제76조)을 들어 방송사들의 공동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유선방송이 아니라 안테나로 직접 방송을 수신하는 가구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차별 논란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국민 누구나 제한 없이 공평하게 시청자의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는 것이 방송법의 입법 취지이기 때문이다.

방송은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역할이 있다. 특정 종편의 행태는 이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공정한 경쟁과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공정거래법과 방송법의 틀 안에서 JTBC의 독점적 행위를 규제하고 국민 누구나 공평하게 올림픽과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공익 환경을 회복해야 한다. 자원 배분을 왜곡하거나 공정 경쟁을 저해해 공공성과 시청자의 편익을 훼손한 시장 실패를 극복하고 ‘보편적 시청권’을 극대화하는 것을 방송 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