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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립형 인구문제의 해결 방안

입력
2025.01.02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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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은둔·고립형 인구 증가라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2022년 기준 약 40만 명이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며, 이 중 15~29세 청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중장년층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은둔은 정신적 고통과 가족 내 갈등을 초래하며, 나아가 사회적 연대와 국가적 생산성까지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은둔의 원인은 가정과 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기대가 문제를 키운다. 노자는 "생이불유 위이불시(生而不有 爲而不恃)"를 통해 '자녀를 소유하려 하지 말고, 독립된 존재로 존중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많은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 하며, 특정 진로를 강요하거나 과잉보호를 통해 자녀의 자립 능력을 저해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녀는 실패를 두려워하며 외부 세계와 단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사회적 요인 역시 크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는 청년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취업 실패와 학업 좌절은 도전 의지를 꺾으며, 은둔으로 이어지게 한다. 2023년 청년 실업률이 7.2%에 이르는 상황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디지털 환경의 발전은 고립을 더욱 부추긴다. 특히 여성 은둔자는 전통적 성 역할과 안전 문제로 인해 고립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정과 사회, 국가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자녀를 독립된 존재로 존중하고,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을 돕기 위해 가족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자녀가 적성과 개성에 맞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패자라는 낙인을 없애고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은둔형 인구를 위한 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심리 상담, 직업 훈련, 주거 지원 등을 제공하며, 특히 여성 은둔자를 위한 안전망과 취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지원센터처럼 지역 사회와 연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지역 사회와 민간 부문에서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은둔형 인구의 사회적 연결을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술 치료, 자원봉사 등 작은 활동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외부 세계와 연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효과적이다.

은둔·고립형 인구 문제는 가정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자녀를 독립된 존재로 존중하며,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 때, 은둔형 인구는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 모두의 노력이 더해질 때 고립된 이들에게도 희망이 찾아올 것이다.


복진세 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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