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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이민 논란' MAGA 내분서 머스크 편든 트럼프… "기술 업계 영향력 증대"

입력
2024.12.29 1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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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H-1B는 훌륭하다"
침묵 끝에 기술산업 편들어
반이민 강경파 반발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정치 행사에 참석해 있다. 피닉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정치 행사에 참석해 있다. 피닉스=AFP 연합뉴스

'고급 인력 이민' 이슈를 둘러싸고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진영 내분 사태가 결국 '기술 산업계의 승리'로 일단락되고 있다.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종하며 전문직 이민자 수용마저 반대하는 오랜 지지층의 정서와는 달리, 트럼프 당선자가 그간의 침묵을 깨고 '고숙련 이민 지지'를 밝힌 것이다. 11·5 대선을 거치며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기술업계 인사들과, 반(反)이민 강경파가 주축인 기존의 '트럼프 골수 지지층' 사이에서 논쟁이 붙은 지 엿새 만이다. 트럼프 진영 내부의 기술업계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아적" "증오심" 격했던 논쟁

트럼프 당선자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내 부동산에도 'H-1B 비자'(미 고숙련 전문직 취업비자)가 많다"며 "H-1B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종 인력에게 적용된다. 최소 3년간 미국에서 일한 뒤 국가별 쿼터에 따라 취업 기간 연장 또는 영주권 신청 기회를 제공한다.

이날 트럼프 당선자의 H-1B 비자 언급 배경에는 내부 갈등이 있다. 지난 22일 트럼프 당선자는 차기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 정책고문에 인도계 정보기술(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지명했는데, 이 결정이 격론을 촉발했다. 크리슈난이 지난달 H-1B 비자 연장·영주권 제공과 관련한 상한 폐지를 주장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전통적인 트럼프 지지 세력이 격하게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거의 모든 종류의 이민에 반대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3일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3일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갈등은 거칠었다. 극우 인사들은 엑스(X)를 통해 "국익에 무관심한 대형 기술 재벌" "게으르고 유아적"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기술업계의 이민 확대 주장은 '미국 교육 강화 포기'나 다름없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반면 기술업계 인사들은 고급 인력 이민 확대가 IT 산업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특히 머스크는 27일 X에 "(반이민 강경파는) 증오심에 가득 찬 인종차별주의자"라며 "전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 발언과 함께 이번 내분은 '기술업계의 승리'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가 머스크를 편들었다"며 "재집권을 도운 두 집단(기술업계와 반이민 강경파) 사이에서 자신의 편(기술업계)을 선택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트럼프 2기 균열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자들이 지난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한 정치 행사에 참석해 있다. 피닉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자들이 지난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한 정치 행사에 참석해 있다. 피닉스=AFP 연합뉴스

다만 당내 갈등의 지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반이민 강경파는 여전히 기술업계 인사들을 겨냥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사태 국면에서 일부 극우 인사의 X 계정이 잠시 비활성화되는 사태가 있었는데, '반이민 진영'은 "머스크의 검열"이라며 반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민 갈등이 미국 우파 내 또 다른 갈등 요소인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이번 갈등은 고숙련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업계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마가' 진영 간 분열을 드러냈다'며 "다음 달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균열을 예고한다"고 전망했다.

김현종 기자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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