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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인권, 어른 전유물 아냐"... 6개월 만에 7500부 찍은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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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의 65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그림책.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8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올해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인 '민주인권 그림책 시리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사계절 출판사가 펴냈다. 출간에 국내외 작가만 13명이 참여하고 2년이 넘게 걸렸다. 권윤덕(64) 작가와 김진(49) 사계절 출판사 그림책 편집장, 권소연(48) 사계절 출판사 디자인 팀장이 이 대형 프로젝트의 일등공신이다.
책의 시작은 2022년 1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권 작가에게 민주인권기념관(남영동 대공분실)을 리모델링해 재개관할 때 관련 그림책을 발간하자는 제안을 했다. '꽃할머니'(위안부 피해자), '씩스틴'(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사회 문제를 그림책으로 다뤄온 권 작가가 프로젝트를 맡을 적임자라는 생각에서다. 권 작가가 감독이 돼 함께 할 작가들을 꾸리고, 이들과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수차례 진행한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권 작가는 "민주주의를 보통 제도로 접근하지만 민주주의가 담고 있는 가치는 정치가 아닌 일상에서도 부각돼야 한다"며 "아이들이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킬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책은 초등학교 3~6학년 학생의 눈높이에서 주변을 돌아본다. 새벽 배송이 어떤 사람과 과정을 거쳐 우리집 문 앞에 도착하는지('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누군가를 아웃시켜야만 하는 (폭력을 행사해야만 하는) 피구 게임의 규칙에 문제는 없는지('휘슬이 두 번 울릴 때까지')를 돌아보게 한다. 성평등('두 점 이야기')부터 이주노동자('타오 씨 이야기'), 동물권('호두와 사람')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른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김 편집장은 "가르치지 말자, 설명하지 말자, 스스로 느끼게 하는 책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시리즈지만 8권을 각기 다른 판형과 디자인 콘셉트로 제작한 것도 특징이다. 권 팀장은 "디자이너로서는 까다로운 작업이었다"면서 "한 권씩 독자적으로 시장에 나와도 손색없는 책이라고 판단해 통일된 콘셉트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상업적으로도 순항 중이다. 5월에 나온 책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는 4쇄, 7,500부를 찍었다. 출판사들이 그림책은 보통 1년 안에 초판(사계절 출판사는 3,000부)을 다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뜨거운 반응이다. 10월에 출간한 '멋진 민주 단어'는 벌써 재쇄에 들어갔다. 책은 '다르다' '예민하다' '상상하다' 등 단어들의 뜻을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풀이한다. '설득하다'의 뜻을 "나와 다른 그 아이가 미웠지만, 미워하는 것 말고 다른 게 하고 싶어서 내 얘기를 전해요"로 설명하는 식이다.
김 편집장은 "계엄 이후 이 시리즈에 대한 학교나 가정의 수요가 늘었다"며 "혼자 읽고 감상하는 책보다는 여럿이 같이 읽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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