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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2000명 늘려도 최소 2034년까지 '의사 부족'

입력
2024.12.23 17:00
수정
2024.12.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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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정형선 교수팀 연구
입학 정원 4000명 선 적절
2031년부터 미세조정해야

2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2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더라도 최소 2034년까지 적정 임상의사 수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1일 한국사회보장학회 학회지 사회보장연구에 실린 논문 '한국 보건의료제도에서 의사의 수요와 공급: 국가 단위 계량경제회귀모형을 통한 적정 의사 수 추계'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 연구팀은 내년 기준 적정 의사 수가 최소 13만3,640명에서 최대 14만7,915명인데, 1만4,473명에서 2만8,748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사 수는 1인당 의료비와 GDP(국내총생산), 65세 이상 인구 비중, 사망률, 병상 수, 행위별 수가제, 주치의 제도 등을 토대로 도출됐다. 의사 부족의 규모가 차이 나는 이유는 한의사가 임상의사 역할을 어느 정도(30~90%) 수행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2040년 적정 의사 수는 14만5,531명에서 16만3,191명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한의사가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의사뿐 아니라 한의사도 포함해 2040년까지 적정 의사 수 충족에 대한 16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한의사가 임상의사 역할을 ①90% ②70% ③50% ④30% 한다는 네 가지 경우에, 의사 수가 매년 ①500명 ②1,000명 ③1,509명 ④2,000명 늘어나는 것을 가정하는 방식이다.

16가지 시나리오 중 최상의 변수를 산정해도 2034년까지는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사가 임상의사 역할을 90% 할 경우, 매년 2,000명씩 의사를 늘리더라도 2034년(2,345명 부족)까지 의사가 부족하고, 2035년이 되어서야 부족하지 않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의사가 500명씩 늘어나고, 한의사가 의사의 30%만 대체할 수 있을 경우엔 2040년까지도 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의대 정원은 3,058명이고 내년에는 1,509명(2,000명에서 학교별로 조정)이 더 늘어나는데, 최소한 이 이상의 증원을 유지해야 의사 부족에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다만 2040년부터는 대부분의 연구 시나리오에서 의사 인력이 공급 초과 상태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40년보다 빠르게는 10년 전, 최소한 6년 전의 시점부터는 임상의사의 수급 상황을 보면서 의대 입학 정원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입학정원을 4,000명 선으로 지속하다가 증원 배출이 시작되는 2031년 시점부터 의대정원 규모를 미세 조정해 나가면 수요와 공급의 중장기적인 균형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의사 인력의 중장기 수급 전망을 의대 정원에 반영할 기구와 기전을 갖추어야 하며, 의사 인력의 지역 간, 부문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형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의사 수 추계 자료와 달리, 동료 학자들의 검토(피어리뷰)를 거쳐 학술지에 실린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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