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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변심, 주한미군 일부 철수와 핵무장 논란에도 대비하자

입력
2024.12.24 04:30
8면

<4> 견고한 외교·안보 갖추기

편집자주

12·3 불법계엄과 탄핵정국에서 드러난 우리 문제점을 점검하고, 오늘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각 분야 대응방안을 석학들의 연재 기고 형식으로 긴급 점검합니다.



리더십 공백기 속 트럼프 리스크
한미 FTA 등 재협상에 대비해야
외교역량 위에 전방위 외교 펴야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자료사진

대부분의 국제정치학자에게 2024년은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글로벌 불안정성이 악화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모두 거의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발하였는데, 이후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진행, 확산되면서 2024년에는 더욱 많은 희생과 파괴를 남겼다. 두 전쟁 외에도 수단, 사헬 지역, 미얀마, 시리아 등지에서의 분쟁의 확산과 악화는 국제사회에 큰 근심을 안겨주었다.

이제 불과 1주일 남짓 남겨놓은 2025년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세계 유수의 연구소나 기관에서 내놓은 2025년 분쟁 위험에 관한 보고서는 기존 분쟁이 대부분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만, 남중국해, 한반도 등 우리 주변 안보환경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가 경제적 활력요인이지만 이 분야에서의 거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고 무역전쟁과 보호주의의 심화도 큰 걱정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 무엇보다 큰 변수는 트럼프의 재등장이다. 트럼프 1기 때 국가 간의 관계를 외교가 아닌 거래로 간주하고 다자질서나 국제제도, 기구에 대하여 강력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경험한 국제사회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의 엄청난 증액 요구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경고,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의 한국 ‘패싱’ 논란을 경험했던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12월 3일의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 후 벌어진 일련의 혼란과 헌정위기는 대단히 아쉬운 상황이다.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적지 않은 기간 리더십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내정치 질서가 어떻게, 얼마나 신속히 회복될지 예견하기 힘들지만 외교안보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여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중요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의 대중정책, 한미동맹과 한미 경제관계, 대북정책 등이 될 것이다. 이러한 주요 정책에 대한 예측은 트럼프 1기 때의 정책과 트럼프 후보가 대선 캠페인 때 펼친 공약이나 발언, 그리고 당선 직후 현재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외교안보 분야 주요 직책의 인선을 통해서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먼저 트럼프의 대중정책은 대단히 강경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기 때 대중 무역전쟁을 시작했던 트럼프는 중국산 상품에 대해 60-100%까지 언급하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공언하였다. 외교안보보좌관에 선임된 마이크 월츠나 국무장관에 선임된 마이크 루비오는 미 의회에서도 잘 알려진 대중 강경파다.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정책은 워싱턴 정가에서 몇 안 되는 초당적 협력분야이기에 즉각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얼마나 최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바이든 행정부의 IRA 정책으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타격, 그리고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유럽이나 동아시아의 부유한 국가에 왜 동맹을 통해 안보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문제 제기한 트럼프는 이번에도 한국과의 동맹 필요성을 비판하였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매년 100억 달러를 요구하겠다며, 이미 상당히 증액된 상태로 체결된 2026~2030년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였다. 협상 압박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경고나 실제 일부 병력 철수가 일어날 수도 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된 이후 소원해진 북미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중에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나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을 수시로 언급한 바 있다. 1기 때 북미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알렉스 웡을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1기 외교안보 분야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측근 리차드 그리넬을 특별임무 사절로 임명하는 등의 인선도 정상회담 재개의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2018~2019년과 다른 점은 현재의 국제정세가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함께 북한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북한에게 훨씬 유리해졌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심화, 우크라이나, 가자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공언한 바 있기에 북한을 포함한 대한반도 정책은 당시와 비교하여 당장은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으나 딜메이커로서의 명성을 중시하고 노벨평화상에 관심 있는 트럼프 성향을 고려할 때 북미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은 꽤 높다고 하겠다.

문제는 회담이 성사되고 양국이 합의에 이를 경우 어떠한 실질적인 내용이 담길 것인가이다. 북한은 우리를 적대적 국가로 명시하고 통일이라는 선대로부터의 목표도 폐기하였기에 한국의 개입을 배제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말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5~6년 전보다 향상되었기에 미국에 요구하는 기대치는 더욱 클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철저한 CVID에 의한 비핵화보다 핵군축 형태의 합의를 추구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무기 제공에 더하여 상당수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파병까지 함으로써 러시아 변수가 추가되었다. 사이가 껄끄러워진 전통적 우방국 중국 외에 러시아라는 든든한 강대국이 후원자가 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서의 북한 입지가 더욱 강화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공언한대로 러-우 전쟁이 현재 상황에서 푸틴에게 유리하게 종전된다면 북러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러시아는 전시에 망가진 경제회복 등 국내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더 이상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북한과의 관계는 약화될 수 있는데 이는 북한에게 미국과의 협상을 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북중러 연대의 약화를 위해서 북미관계 증진이 시도될 수도 있기에 러-우 전쟁의 향방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심화된 시대에 리더십 공백기에 맞이하는 트럼프 2기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외교, 국방 분야에서 기존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고 관리하여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닥칠 것이 확실시되는 여러 도전들에 현명하고 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주변 안보환경이 악화되었지만 우리의 국방, 경제, 외교역량이 한층 발전되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이다. 우리의 첨단기술 능력과 특히 방산 분야 역량은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요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해군 조선 능력이 중국에 비해 현저히 뒤처진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여 트럼프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해양 유지·수리·정비 (Maintenance, Repair, Overhaul(MRO)) 분야에서의 협력을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협상의 귀재라는 트럼프가 먼저 패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주의해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만일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핵군비통제 협상을 진행한다면 이는 NPT 체제 약화와 동북아 안보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의 포괄적 함의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질 경우 우리 내부에서는 자체 핵무장 및 전술핵 배치 요구가 자연스레 제기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신중한 논의가 진행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진은 2017년 10월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북핵폐기 전술핵 재배치 천만인 서명운동 본부 이정린 집행위원장으로부터 452만1,648명의 서명패(16일 현재 집계)를 전달받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질 경우 우리 내부에서는 자체 핵무장 및 전술핵 배치 요구가 자연스레 제기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신중한 논의가 진행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진은 2017년 10월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북핵폐기 전술핵 재배치 천만인 서명운동 본부 이정린 집행위원장으로부터 452만1,648명의 서명패(16일 현재 집계)를 전달받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미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부가 됐건 한국의 이해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 2기에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상황이 또다시 전개된다면 한국 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자체 핵무장, 핵 잠재력 확보, 미 전술핵 재도입 등의 논의가 재개될 텐데 전반적인 안보환경과 여러 선택지의 장단점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요구된다.

국내 정정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안보경계도 게을리 하지 않고 충분한 억지력을 구축해 나가는 한편 위기 발생 시 상황악화를 방지할 수 있는 위기안정성 확보와 확전통제를 확실히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양자 합의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특성 상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에 이에 대한 보완이나 대체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외의 주변국과의 외교를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동안 소원해졌으나 최근 트럼프의 귀환을 앞두고 한국과 관계증진을 시도한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전쟁의 마무리 여부에 따라 러시아와의 관계복원도 필요하다. 양측 모두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한일관계의 경우 상황변화에 따라 현재와 같은 긴밀한 협력관계가 어느 정도 약화될 수 있으나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 2기에서 IP4(한, 일, 호주, 뉴질랜드 인태협력 4개국) 소다자를 통한 협력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방안으로 관계유지가 가능할 수 있다.

또한 이해, 가치를 따라 진영화되고 분기되는 현 국제사회에서 위상과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 주요국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대상이다. 국내외적으로 점점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성이 심해지고 있는 시대에 최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철저하고 끈기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연재 순서

<1>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2> 박진 KDI 교수
<3> 윌리엄 페섹 전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4> 김태형 숭실대 교수


김태형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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