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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에 의사도 성매매 길로… 미얀마 기아 위기 커지는데 군부는 "상황 공개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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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여성 메이(26)는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1년째 성(性)을 팔고 있다. 그의 원래 직업은 의사. 어렵게 의대에 입학해 의사 꿈을 이뤘지만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운명이 바뀌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데다 아버지의 병환까지 겹쳐 월급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지자 그는 지난해 의사 가운을 벗었다.
남성들과 밤을 보낸 대가로 매달 벌어들이는 돈은 기존 월급(415달러·약 59만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메이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의사가 되기 위해 수년간 공부했는데 생계를 위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NYT는 16일(현지시간) “미얀마 경제가 황폐해지면서 의사, 교사, 간호사 등 전문직 여성들마저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며 메이를 비롯해 몇몇 사례를 전했다.
만달레이의 한 사립병원 간호사 자르(25)와 의사 수(28) 역시 일자리를 잃고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성매매에 나섰다. 쿠데타 발발(2021년 2월 1일) 이후 의료인들이 군정에 저항하는 ‘시민불복운동’에 나서자 군부가 병원을 강제 폐쇄했기 때문이다. 수입은 끊겼는데 물가가 폭등해 끼니를 거르는 날이 잦아지자 내린 결정이다.
수는 “한때 싱가포르, 인도, 네팔로 휴가도 갔지만 쿠데타 이후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저축한 돈을 모두 쓰게 됐다. 가족의 재정 상황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소아과 의사로 아이들을 돕고 싶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꿈꿨던 삶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년여간 미얀마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로 자금난에 처한 군부가 무리하게 화폐 발행을 늘리면서 현지 통화 가치는 70% 이상 떨어졌고, 식료품과 생필품 값은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군부와 이에 맞서는 소수민족 무장단체 간 전투 격화로 무역로도 끊겼다.
빈곤층 비율은 미얀마 전체 인구(5,500만 명)의 40% 이상(약 2,200만 명)으로 급증했다. 미얀마는 3모작이 가능한 비옥한 농토로 한때 ‘아시아의 쌀그릇’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투가 잇따르고 종자와 비료 공급도 어려워지면서 안정적 농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지만 쿠데타 군부는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기는커녕 위기 상황을 꽁꽁 숨기려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최근 군부가 (국제) 구호 활동가들에게 미얀마에서 수백만 명이 심각한 굶주림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와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또 “유엔의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가 지난달 유엔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미얀마 기근 관련 보고서 역시 삭제됐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군정이 자국 기근 데이터 수집과 공개마저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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