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한동훈마저 내쫓은 '친윤' 여당, 보수 궤멸 작정했나

입력
2024.12.17 00:10
수정
2024.12.17 09:31
27면

지난달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페루로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환송하며 악수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달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페루로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환송하며 악수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사퇴했다. 14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전원 사퇴하자 사실상 떠밀려 물러났다. 취임 146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한다. 당대표 권한대행인 ‘친윤’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있는 만큼 친윤계가 다시 당을 장악하게 됐다.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 대통령 그림자를 걷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끌어안는 모양새다.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 탄핵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건 정치적으로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있다. 한 전 대표가 국민 기대를 충족시킨 것도 아니다. 그는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윤 대통령의 쇄신을 일부 요구하긴 했으나, 중요 현안에 대한 말바꾸기로 실망을 샀고 리더십과 소통능력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도 당심과 민심이 선출한 당대표를 친윤계가 강압적으로 몰아낸 과정은 볼썽사납다. 윤 대통령 및 친윤계와 불화한 데 대한 보복으로까지 비쳤다. 특히 한 전 대표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배신자”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고 비난한 것은 불법계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대다수 민심에 대한 모욕이다. 국민의힘이 신의를 지킬 대상은 윤 대통령인가, 국민인가.

정치경험이 전무한 정치 신인에 검사 선후배 사이인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가 보수 정권 1, 2인자로서 국정을 이끌어왔다는 것 자체가 리더십이 부재한 보수 세력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국가적 위기를 맞아 수권 능력을 다시 입증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국민의힘은 탄핵 분풀이만 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 당내 국회의원을 색출하라거나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에게 탈당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표출됐다.

권성동 원대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초당적 협력 필요성을 외면한 채 국민의힘과 정부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한 것도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감정적 처사다. 국정 혼란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정국 주도권을 민주당에 빼앗기고 '보수 궤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자초한 일이다.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