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AI가 바꾸는 PR" 다국어로 보도자료 써주는 AI 개발한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입력
2024.12.18 05:00
수정
2024.12.18 08:22
17면
구독

주제어 입력하면 10초 만에 보도자료 작성
광고 문구 써주는 AI 카피라이터도 개발

인공지능(AI)의 대표적 활용 사례 중 하나가 글쓰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정보화 통계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AI를 이용하는 분야 가운데 문서 작성과 정보 수집이 30%를 차지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보고서 작성 등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2022년 신생기업(스타트업) 스타씨드를 창업한 손보미(41) 대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약 2년간 글쓰기를 돕는 AI를 개발해 지난 4월 처음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퓰리처AI'를 내놓았다. 보도자료는 정부나 기업, 단체와 개인 등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은 내용을 담은 문서로, 일정한 형식과 요건이 필요해 경험이 없으면 쓰기 힘들다. 그래서 기업은 홍보(PR)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홍보대행사의 도움을 받는다. 퓰리처AI는 보도자료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AI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손 대표를 만나 퓰리처AI에 대해 들어 봤다.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보도자료를 작성해 주는 퓰리처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보도자료를 작성해 주는 퓰리처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10초면 글 한 편 생성

퓰리처AI는 원하는 주제어와 자료를 입력하면 그럴듯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준다. 알아서 맞춤법도 검사하고 혐오 표현 등 문제가 될 만한 내용도 걸러낸다. "주제어와 일시 등 4, 5개 단어만 입력해도 보도자료를 작성해요. AI의 어휘력이 풍부해서 사람이 작성하는 것보다 전문용어 등 다양한 단어를 활용해요. 자료 내용과 관련 있는 대표의 발언 등도 만들어 주죠."

이미지 생성 기능도 있어 AI가 자동으로 내용에 어울리는 사진이나 그림을 붙인다. "이미지 첨부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어요. 자료와 함께 사진을 입력하면 해당 사진을 붙이고 그렇지 않으면 저작권에 상관없는 그림을 찾아서 첨부하죠."

이렇게 퓰리처AI가 보도자료 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약 10초다. "글만 쓰면 10초 이내에 보도자료 한 편을 작성하고, 이미지까지 붙이면 10초 정도 걸려요. AI의 작성 속도를 사람이 따라갈 수 없어요."

실제로 퓰리처AI로 여행 서적을 홍보하는 한글 자료를 만들어 봤다. 책 제목과 여행국가, 여행서적이라는 세 가지 단어를 입력하고 생성 버튼을 눌렀더니 불과 3, 4초 만에 그럴듯한 홍보 글이 작성됐고 잠시 후 해당 국가의 아름다운 사진과 이미지가 첨부됐다. 단어를 더 많이 추가하면 좀 더 상세한 자료가 작성된다.

심지어 외국어로도 만들어 준다. "한글을 비롯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로 작성해요. 설정에서 언어를 바꿀 수 있어요. 독일어 작성 기능도 곧 추가할 예정입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언론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작성하거나 외국 기업이 국내 언론에 필요한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죠. 한마디로 국경이 없어요."


6개 이상 LLM 활용

이를 위해 퓰리처AI는 다양한 AI 엔진을 활용한다. 이를 위해 전체 직원 6명 가운데 5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개발팀을 두고 있다. "미국 오픈AI에서 개발한 'GPT-4o'와 앤트로픽의 '클로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엑스', 업스테이지의 '솔라' 등 6개 이상의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요. 개발팀에서 해당 LLM의 연결프로그램(API)을 퓰리처AI에 연결한 뒤 미세조정(파인튜닝)했어요. 퓰리처AI가 알아서 6개 LLM을 선택해 보도자료를 작성하죠. 따라서 해당 LLM이 개선되면 덩달아 퓰리처AI의 실력도 향상되죠."

그렇다면 각각의 AI를 활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손 대표는 시간과 비용을 꼽았다. "6개 LLM을 각각 찾아다니면서 이용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각각의 이용료도 많이 들죠. 반면 퓰리처AI는 6개 LLM을 한군데 모아 놓아서 알아서 적합한 LLM을 선택하기 때문에 편리하고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어요. 백화점 한 군데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업체별 상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쇼핑하는 것의 차이죠."

시범 서비스 기간을 거친 퓰리처AI는 9월부터 유료로 전환돼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로 제공된다. 해당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한 달 내 3건의 보도자료를 무료 이용할 수 있으나 그 이상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10건의 보도자료 작성에 1만9,000원, 건수 상관없이 무제한 이용의 경우 4만9,000원을 받아요. 9만9,000원을 내면 전직 기자 출신 자문위원들이 첨삭을 해줘요."

현재 퓰리처AI의 이용자는 1,400여 명에 이른다. 주로 기업과 대학, 공무원들이 활용한다. "공무원의 경우 서울, 부산,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활용해요. 주기적으로 홍보 담당이 교체되다 보니 보도자료 작성에 어려움을 겪죠. 또 대학과 고교 등에서 학교 행사 등을 알리는 용도로 이용해요. 지금까지 작성된 보도자료 건수가 7,300여 건입니다."

손 대표는 퓰리처AI를 보도자료 작성뿐 아니라 이메일을 이용한 배포 및 기사 확인, 언론사 등록 기능을 포함해 홍보를 위한 소프트웨어 도구로 확장한다. 이를 위해 언론 소통 기능을 퓰리처AI에 넣어 놓았다. "미디어 브리지라는 기능이 있어요. 홍보 담당 직원이 기자들과 소통한 내용을 기록하는 기능이에요. 이렇게 되면 홍보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언론사와 접촉한 기록을 공유할 수 있어요. 또 작성된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가 나오면 자동으로 수집하는 기능도 있죠."

스타씨드에서 개발한 '퓰리처AI'.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알아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준다. 스타씨드 제공

스타씨드에서 개발한 '퓰리처AI'.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알아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준다. 스타씨드 제공


두 번의 교통사고와 25개국 여행이 바꾼 인생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손 대표는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 처음 컴퓨터를 사용했고 고교 시절 컴퓨터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비주얼 베이직을 이용해 간단한 게임과 나모웹에디터 프로그램으로 홈페이지도 만들었죠."

6세 때와 대학교 1학년 때 겪은 두 번의 교통사고가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6세 때 교통사고로 수술을 하고 6개월 이상 입원하면서 독서광이 됐어요. 온갖 책을 읽으면서 무한한 지적 호기심을 느꼈죠. 대학교 1학년 때 겪은 두 번째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으로 접한 세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친 듯이 여행을 다녔죠."

대학 시절 그는 25개국을 여행했다. 그것도 세계 봉사 여행이라는 주제를 정해서 해외 봉사활동과 겸했다. "처음에 영어도 잘 못했는데 해외 봉사 활동을 하면서 많이 늘었어요. 인터넷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일일이 찾아서 지원했어요. 프랑스 고성을 박물관으로 재개장하는 작업 등에 참여했죠. 비용은 PC방, 빵집, 과외 등 온갖 아르바이트로 마련했어요."

여행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왕이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느낀 점들을 담아 '세계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 여행'이라는 책을 출간해 인기를 끌었죠."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국내 지사인 한국존슨앤존슨이었다. 3년간 일한 뒤 그는 첫 번째 창업을 했다. 현대미술을 알리는 프로젝트AA라는 회사다. "중학생 때 전국대회에 나가 상을 탈 정도로 미술을 좋아했어요. 여행 다니면서 많은 미술관을 보게 돼 미술에 관심이 더 커졌죠.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었는데 잘되지 않아서 매각했어요."

이후 2016년 금융기술(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의 이혜민 대표를 만나면서 창업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핀다에서 마케팅 이사로 1년간 일한 뒤 이듬해 콰라소프트에 투자하면서 대표를 맡게 됐다. "콰라소프트는 AI를 이용해 투자를 조언하는 사업을 했어요. 그때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 분석을 하면서 보도자료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그래서 2022년 두 번째로 스타씨드를 창업했어요."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는 광고문구를 작성해주는 AI 카피라이터도 개발 중이다. 그는 퓰리처AI와 AI카피라이터를 통해 홍보 분야의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다. 박시몬 기자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는 광고문구를 작성해주는 AI 카피라이터도 개발 중이다. 그는 퓰리처AI와 AI카피라이터를 통해 홍보 분야의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다. 박시몬 기자


AI 카피라이터도 준비

스타씨드의 창업 동기는 불편함이다. "어렵고 힘들고 불편한 보도자료 작성 문제를 개선해 보고 싶었어요. 앞으로 퓰리처AI에 해외 뉴스 수집 기능도 추가하고 이용자 증가 추세에 맞춰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또 광고 문구를 작성해 주는 AI도 준비 중이다. "광고 문구를 작성해 주는 AI 카피라이터를 개발 중이에요. 광고와 관련 있는 단어와 사진, 문서 파일 등을 입력하면 AI가 각종 광고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홈페이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발한 광고 문구를 만들어주죠. 내년에 선보일 예정인데 퓰리처AI에 포함할지, 별도 서비스로 내놓을지 고민 중입니다."

그는 퓰리처AI로 불편한 홍보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전 세계 홍보산업의 시장 규모가 150조 원입니다. 앞으로 5년 내 19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가운데 30%를 홍보 관련 AI가 차지할 것으로 봐요. 퓰리처AI를 활용해 이 시장에 파고들어서 홍보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싶어요."

사업이 잘되면 그는 실패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독특한 펀드를 만들 생각이다. "당장은 회사 성장이 목표이지만 성공 궤도에 올라서면 실패해도 의미 있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펀드를 만들고 싶어요. 수익과 상관없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지원하는 재단을 만드는 것이 꿈이죠."

최연진 IT전문기자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