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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수사기관 의미 퇴색" "영장 통로 쇼핑" 공수처·경찰 공조 뒷말

입력
2024.12.13 0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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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기관" 이첩 요청하던 모습과는 상반
경찰, 체포·구속영장 신청은 검찰에 할 듯
기소 대상도 극소수... 尹·김용현도 포함 X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뉴스1·박시몬 기자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뉴스1·박시몬 기자

12·3 불범계엄 사태와 관련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조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부 압력을 받지 않고 '독립 수사기관'으로 설립된 공수처가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한 데다가, 실무상 혼선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수처에 손을 내민 경찰을 향해선 "영장을 신청할 기관을 쇼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인들은 공수처가 '독립적인 수사기관'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마련됐다고 11일 알리면서 "각 기관의 장점만을 모아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에 "수사하던 사건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공수처로 넘기라"며 관련 법령에 따라 이첩 요청권을 행사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공수처는 이첩 요구에 앞서 6일 검찰이 꾸린 특수본 합류 제안을 거절하다가 돌연 경찰 제안을 수락했다. 형사사건 변호를 많이 해 본 한 법조인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를 독립된 지위에서 수사하려고 설립됐기에 상위기관 통제도 받지 않는데, 그 점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당장 강제수사 과정에서 영장을 받아내는 경로 등 수사 실무에서도 혼란이 생겼다. 그간 경찰은 검찰 수사부서에 영장을 신청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해 왔지만, 앞으론 공수처를 통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상 공수처를 통해선 압수수색이나 통신사실확인용 영장 신청만 가능하다. 신병 확보용 '체포·구속' 영장은 계속해서 검찰에 신청해야 한다. 실제로 공조본 출범 뒤인 12일에도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이를 제외하면 공조본 출범 이후에 검찰에 추가로 신청된 영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조본에서 원활한 강제수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후 경찰에서 압수·통신 영장 신청을 받은 전례가 없는 데다, 내부 규칙이 아닌 상위법령(공수처법)상 근거가 없어 향후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고 공수처는 '서류상'으로만 수사하는 것처럼 영장을 '직청구'하는 꼼수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소할 때도 실무상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기소권은 검찰만 갖고 있어, 결국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공수처는 조지호·김봉식 청장 등 경무관 이상 경찰 간부만 기소할 수 있고, 군 간부 기소는 불가능하다. 공수처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들이 양쪽에서 같은 날 소환 요구를 받는다면 수사가 늘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신에게 유리한 기관을 먼저 찾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검찰청은 공조본 출범에 대해 "관계 기관과 중복수사 방지를 위한 협의는 계속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내부에선 "검찰이 공조본 구성을 모르다가 경찰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강지수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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