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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조립하고, 딸기 1㎏ 쌓고... 크리스마스 케이크 먹기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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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오늘보다 맛있는 인생, 멋있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 라이프스타일 담당 기자가 한 달에 한 번, 요즘의 맛과 멋을 찾아 전합니다.
#. 지름 약 16㎝의 케이크 위에 정교한 대관람차가 놓였다. 5성급 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야심 차게 선보인 케이크 '위시 휠'이다. 케이크를 만든 서종혁(49) 셰프를 지난 3일 주방에서 만나 제작 과정 뒷이야기를 들었다. 위시 휠은 케이크 시트(빵)가 없다. 대신 초콜릿으로 지지한다. 서 셰프는 "빵과 달리 초콜릿은 상온에서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고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100% 초콜릿으로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세는 '먹는' 케이크가 아닌 '보는' 케이크다. 위시 휠은 보석을 세공하듯 섬세하게 만들어진다. 케이크의 각 부문을 이루는 초콜릿 피스를 하나하나 조립해 완성한다. 외부 실리콘 몰드 업체에 의뢰해 초콜릿 피스를 제작했다. 조립하는 시간만 24시간. 근무 시간을 지키며 만들면 꼬박 3일이 걸린다.
50개 한정으로 판매되는 케이크(35만 원)는 이미 예약 판매가 종료됐다. 고가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뭘까. 서 셰프는 "크리스마스엔 케이크 아래 박스에 담긴 봉봉 초콜릿만 먹고, 대관람차는 박스에 보관하면서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라는 의도로 만들었다"며 "고가여도 SNS에서 화제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제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전 명물 성심당은 '딸기 시루'(4만9,000원)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승부수를 던졌다. 케이크 한 개당(2.3㎏ 기준) 딸기만 1㎏ 넘게 들어가는데 무르기 쉬운 딸기가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모양을 유지한다. 안종섭 성심당 케익부띠끄 총괄 이사는 "당일 아침에 수확한 딸기로 케이크를 만든다"고 비결을 알려줬다. 성심당은 충남 논산에서 재배된 단맛이 강한 설향 품종을 쓴다. 안 이사는 "올해는 딸기 시루만 파는 공간을 임시로 운영해 대기 시간을 줄일 예정"이라며 "성수기인 23, 24, 25일에는 하루 5,000개씩 팔릴 것을 예상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 제과업계가 '올해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결을 펼친다. 호텔부터 지역 유명 빵집까지 뛰어드는 그야말로 케이크 대전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케이크 대전은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다. 20~40대를 중심으로 여름엔 빙수, 겨울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구매하는 게 일종의 연례 행사가 됐다. 김동우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 베이커리 셰프는 "(제과제빵 선진국인) 일본도 이렇게까지는 안 하는데, 몇 년 전부터 호텔 간 시그니처 케이크를 만드는 데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셰프에게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하나의 산 같은 숙제"라고 말했다.
파티셰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아무래도 디자인이다. 트리, 과자집, 회전목마, 대관람차, 곰돌이 인형과 같은 연말 분위기를 돋우는 포근한 모양의 디자인을 선호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점점 정교한 기술과 디테일로 차별화를 꾀한다.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는 책 모양 케이크를 구현했다. '크리스마스 베스트셀러'는 초콜릿을 활용해 책의 겉표지가 뒤로 살짝 젖혀져 있는 것처럼 만들어졌다. 케이크의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도 빈번하다. 초콜릿으로 만든 곰돌이 인형 모양 케이크를 망치로 깨면 그 안에 집어 먹을 수 있는 봉봉 초콜릿이 들어 있는 식이다. 한때 유행했던 과자 슈니발렌처럼, 단순히 미각이 아닌 재미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를 겨냥했다.
서울 강남의 케이크전문점인 '해피해피케이크'의 김민정 파티셰는 "코로나19 이후에 전반적으로 제과류(과자, 케이크)보다 제빵류(소금빵, 베이글, 도넛 등 빵류)가 유행하면서 투박하고 단면을 잘랐을 때 크림이 흘러나오는 제품이 유행했었다"며 "하지만 여전히 크리스마스 케이크만은 정교하고 섬세하게 작업한 특별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재료를 선호하고, 가격이 비싸도 산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출시된 크리스마스 케이크 중 가장 비싼, 신라호텔의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는 지난해보다 10만 원 오른 40만 원에 책정됐지만 이미 크리스마스 예약이 마감됐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올해 (연말에 출시한) 홀리데이 스페셜 케이크 4종은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먹기 위한 일상의 케이크와 다르다"며 "좀 더 비싸고 독특한 제품을 구매해 SNS에 올리는, 주목을 위한 투자이자 전형적인 경험 소비"라고 해석했다.
케이크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기후 위기와 전쟁 등으로 재룟값이 폭등해서다. 주요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전년 대비 5만~10만 원이 올랐다. 특히 수입산 크림류나 버터류 가격이 많이 뛰었다. 보통 호텔과 같은 고급 제과점에선 최고급 품질로 평가받는 프랑스산 '발로나 초콜릿', 프랑스산 '발효 버터'를 고집하는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초콜릿 가격도 치솟았다. 현장에서 만난 파티셰들은 하나같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40%가 올랐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상 기후와 재배 면적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가격이 톤당 9,236달러(약 1,291만 원)로, 1년 새 2배 넘게 올랐다.
케이크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로 홈베이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도 있다. 어느 정도 베이킹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집에서 유명 제과점의 맛을 구현해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성심당 딸기 시루를 직접 만드는 것도 도전해 볼 만하다. 안종섭 이사는 "자세한 레시피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특유의 식감을 위해 스펀지(시트) 반죽에 쌀가루와 아몬드 분말을 넣는다"는 비법을 살짝 귀띔했다. 딸기 시루의 시트는 일반 케이크와 달리, 시루떡같이 쫀득하다. 딸기의 무게를 견디도록 반죽에 쌀가루를 넣었기 때문이다. 먹었을 때 입 안에서 뭉치지 않고 잘 부서지도록 하기 위해 아몬드 분말도 들어간다.
김민정 파티셰는 기본 재료에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 그는 "초보자분들이 일단 값싼,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로 베이킹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잘 만들어도 맛이 떨어지고 재미도 금방 잃는다"며 "작은 과자류를 만들더라도 천연 버터, 리얼 바닐라 빈, 신선한 계란 등을 사용해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료의 중요성을 알고 나면, 진짜 잘 만들어진 제품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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