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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탄핵 없는 수습책, 정국 혼란만 더한다

입력
2024.12.09 00:10
27면

한덕수(왼쪽)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한덕수(왼쪽)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그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의 집단 불참으로 무산됐다. 탄핵권 포기는 국헌문란을 지휘했던 통치자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에 대한 배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 대통령의 조기 퇴진 추진 및 당정이 주도하는 정국 수습 의지를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이 역시 대통령 권한을 선출 권력이 아닌 이들에게 이양함으로써 또 다른 위헌·위법 논란을 불러 정국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계엄 선포 나흘 만에 나온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는 거취에 대한 결단이 없었다. 비상계엄 선포가 "국정 최종 책임자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끼쳤다"며 사과했지만, 국민 자존심을 짓밟고 국격을 추락시킨 데 대한 진중한 성찰은 없었다. 임기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했고 정국 운영도 당정이 책임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아닌 탄핵 표결을 앞둔 여당 의원들을 향한 담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여당 의원들은 '2선 후퇴' 의지 표명이라며 탄핵 반대 명분으로 삼았다. 여의도와 광화문 등에 모인 시민의 함성은 뒤로한 채 본회의 집단 불참으로 표결 성립 자체를 방해했다. 군을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 기능의 불능을 기도했던 윤 대통령에게 탄핵권을 행사하지 않는 건 입법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꼴이다. 탄핵에 따른 보수 궤멸 우려가 국헌을 바로 세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대표의 행동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하다"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면서도 탄핵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6일 자신이 체포 대상이었다는 사실에 탄핵 찬성 뜻을 내비치더니, 그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엔 탄핵 반대로 돌아섰다. 정치적 득실에 따라 표변하는 건 국가 지도자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한 총리와 한 대표의 대국민담화는 대통령 퇴진 시한 등 구체적 로드맵 제시 없이 당정이 정국 수습 주도권을 갖겠다는 취지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한 총리는 반헌법적 비상계엄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고, 집권당 대표인 한 대표는 윤 정부의 국정 실패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포함해 야당에서 "헌법적 권한 없는 위헌 통치" 등 강한 반발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급변하는 대내외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선 조속한 정국 수습이 절실하다. 정부와 여야가 주체가 돼야 그나마 국가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어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재가함으로써 당정의 '대통령 직무 배제'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래서는 국민이 수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혼란과 정쟁만 야기할 따름이다. 즉각적인 하야나 국회 탄핵을 통한 대통령의 공식적 직무 배제가 정국 수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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