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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삼성에 부정적 영향” 지적한 TSMC 창업자의 아픈 ‘충고’

입력
2024.12.12 00:10
27면
지난 9일 출간된 대만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의 자서전. 연합뉴스

지난 9일 출간된 대만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의 자서전. 연합뉴스

한국 정치가 삼성전자 경쟁사인 대만 TSMC의 모리스 창 창업자에게까지 뼈아픈 ‘훈계’를 듣는 국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창은 지난 9일 자서전 출간 기념행사에서 삼성의 기술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한국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삼성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의 발언은 기술 문제에 더해 계엄사태에 따른 정치 혼란까지 거론하며 경쟁사의 반도체 첨단공정 개발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도 여겨져 적잖은 파문을 낳고 있다.

창이 말한 ‘기술적 문제’는 삼성이 TSMC와의 경쟁에 앞서기 위해 첨단기술인 ‘게이트 올어라운드(GAA)’를 도입했지만, 수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TSMC는 현재 최첨단인 3나노 공정에서 앞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삼성은 GAA 공정을 통해 2나노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역전을 노리는 중이다. 하지만 창은 삼성의 GAA 공정 도입이 3나노에서 이미 실패했듯, 2나노에서도 어려울 것이라며 서슴없이 삼성을 폄훼한 셈이 됐다.

그럼에도 ‘충고’인지 조롱인지조차 불분명한 창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국내 정치다. 이번 사태에 따른 혼란으로 당장 반도체만 해도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 예외 규정을 담으려던 ‘반도체 특별법’이 표류하게 됐다. 11일 한국 AI 경쟁력이 선도국가에서 2군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AI 기본법’ 역시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정 모두 입을 모아 ‘비상경제회의’를 떠들지만 말뿐이다. 이러니 해외의 조롱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급한 경제 현안만이라도 제때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의 대오각성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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