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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없는 '쇼'에 집착하는 요즘 시상식 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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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영화와 방송 시상식 콘텐츠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전과 같지 않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이 이끄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그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상식의 구조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짧은 호흡의 콘텐츠가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에 긴 시간 단조로운 진행을 반복하는 시상식의 구성도 문제다. 영화와 방송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자신들만의 권위에 매몰된 시상식은 대중에겐 더 이상 흥미 있는 '쇼'가 아니라는 것이다.
배우들을 어색하게 만드는 시상식
음악 시상식에선 한 해 동안 활동한 가수들의 노래와 무대가 시상식의 중심이 되지만, 영화나 방송 시상식에서 대부분의 배우는 게스트가 된다. 영상 작품을 시상식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재연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시상식의 주인공이어야 할 제작진과 배우들은 객석에 앉아 시상식이라는 쇼를 관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탓에 쇼의 볼거리는 주로 초청된 가수들이 맡게 된다. 이 '위문' 형식의 축하 공연은 초청 가수의 히트곡 무대로 꾸려져 한 해의 영화나 방송을 결산하는 의미와 밀착되지 않는다. 객석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시상식의 공연을 보면서 어색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들의 소극적인 반응을 권위 의식이라 지적하며 질타를 쏟아낸다.
영화와 방송 시상식의 이런 부조화의 풍경은 지난달 열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도 재현됐다. 30년간 배우 김혜수가 맡았던 MC 자리의 역사적인 교체가 있었음에도 한지민, 이제훈 등 새 진행자들은 영화계 전반을 아우르고 자신의 목소리로 행사를 이끌어 가는 호스트의 역할을 잘 해내지는 못했다. 기계적인 시상과 수상의 반복은 중간중간 펼쳐진 초청 가수들의 공연으로도 지루함이 상쇄되지 않았다.
모두 스타인데 '인기스타상'
그렇다면, 영화와 방송 시상식이 '훌륭한' 쇼로 거듭날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법이 '베스트 커플상' 같은 이벤트를 만들거나, 객석에 앉은 배우에게 다가가 키스 연기 소감 따위를 묻는 일은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시청자들이 쇼에 등을 돌리는 순간은 대체로 시상식이 권위를 포기할 때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축하하는지 알 수 없는 축하 공연은 몇 차례나 여유 있게 진행되지만, 정작 들어야 할 수상자의 소감은 편성 시간에 쫓겨 끊어지기 일쑤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배우만의 일이 아닌데 배우 외 스태프의 작업은 '기술상'이라는 모호한 이름 아래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최다 관객상'은 이미 다 알려진 관객 동원 기록일 뿐인 데 무엇 때문에 추가로 상까지 수여하는지 알 수 없다. 모두가 인기스타인 영화상 시상식에서 '인기스타상'을 받는 배우들은 그 겸연쩍은 감정을 감추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방송사 연말 시상식인 '연기대상'으로 가면 이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선정 이유를 떳떳하게 설명할 것
결국 시청자들이 영화와 방송 시상식에 바라는 것은 근본적인 것들이다. 시상식이 부여하는 권위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갖고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면밀히 살필 것. 심사의 기준과 선정 이유를 대중들에게 떳떳하게 설명할 것. 연출, 각본, 촬영, 편집, 음악, 음향, 미술 등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에 대한 존중을 보여줄 것.
올해도 연말 주요 시간대에 여러 방송사 시상식이 줄줄이 편성돼 있다. 후회는 버리고 새로운 각오를 새기는 중요한 시간에 채널을 독점한 방송사 시상식들은 시청자에게 새로 선보인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예술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지, 또 역사가 그것을 얼마나 공정하게 기록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할 의무가 있다. 시상식은 창작과 현실의 세계를 잇는 장이다. 모든 작품에 상을 남발하고 불필요한 시상을 반복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사회에 가장 큰 질문을 던지는 작품과 창작자들을 치열하게 심사하고 그들에게 진정한 권위를 부여하길 바란다. 시상식의 재미와 의미는 그렇게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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