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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량 많지만 심층성 아쉬운 미 대선 보도... 비상계엄 실시간 보도 뒤처져"

입력
2024.12.09 17: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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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보도 평가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미국 대선 보도를 평가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미국 대선 보도를 평가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회의를 열어 미국 대선 보도를 평가했다. 미국 대선 기사가 한국 총선 기사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고 할 만큼 집중 보도가 이뤄졌지만 중요한 이슈를 부각시켜 선거의 맥을 짚는 데에는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지적됐다. 회의에는 김경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8명과 사내 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이 참석했고, 이동현 논설위원과 송용창 뉴스룸 국제정치부문장이 함께했다.

"중요성 따른 정리, 심층적 분석 필요"

하상응 위원은 “한국일보가 미국 대선을 자세하게 보도했지만 정보가 산만하게 나열된 인상"이라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보도의 범위와 비중을 조절했어야 했다"고 총평했다. 예를 들어 "'AI 활용 성적표에 대선 승패가 갈린다'는 기고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주제를 다뤄 의아했다"는 것. 그는 ①여론조사 결과는 시계열적 추이를 볼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보도하고 ②각 후보의 공약 등 선거운동 주요 사안들을 추적하고 ③심층 분석은 전문가의 기고나 특파원 등 현지 관찰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뉴스이용자위원들의 평가에 따르면 중요한 이슈를 간과한 결과가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하기 어렵게 했다. 한국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결국 해리스 후보에 편향된 미국 매체들에 편향된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 여러 위원들로부터 나왔다. 장민제 위원은 "바이든 정부 시절의 인플레이션, 해리스의 경제 공약 부족에 대한 불만과 지적이 거의 조명되지 않았고 젠더, 인종 차별 등 해리스의 선거전략 중심 보도가 많았다. 그러다가 트럼프가 당선되자 '경제가 갈랐다'는 분석 기사가 나왔다"고 짚었다. 권혜진 위원은 "트럼프와 관련해 제목에 '미친' '암투' 등 부정적인 단어를 쓴 경우가 많아 트럼프에 부정적이고 선거에 불리하다는 인상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 여론조사가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한국일보 보도 역시 그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대선 보도를 복기해 보고 소스를 다변화하는 등 앞으로 대처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선 결과를 분석한 기사에서도 깊이가 떨어졌다. 강민구 위원은 대선 다음 날 1면 기사 '트럼프의 美 우선주의 돌아오다'(11월 7일 자)에 대해 "트럼프가 예상 밖에 승리한 주된 이유로 '미국의 우경화'를 들었는데 우경화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부족했다. AP통신 기사에는 유권자 성향 변화 데이터가 있는데 이런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7개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승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은 "선거 판세 분석이 여론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여론조사에 대한 깊은 분석 기사가 있었다면 선거 결과를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화 위원은 "결과적으로 2016년 '샤이 트럼프' 현상과 2024년 '사일런트 해리스' 현상이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났는데 그 차이가 무엇인지 여론조사 전문가의 분석이 궁금하다"고 했다.

대선 이후 한미 관계, 한국의 대응 등 후속 보도는 다각적으로 이뤄졌지만 구체적 대안 제시는 부족함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2기 북미 관계를 전망한 '“전화 한 통이면 된다”는 트럼프··· ‘북 비핵화’ 불확실성 더 커진다'(11월 8일 자)와 관련해 "대북정책 시나리오를 잘 짚었으나 우리 정부가 선제대응해야 한다는 말만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다루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 '보편 관세 부과 시점 1년 후 예상···미도 보복 관세 각오해야'(11월 12일 자)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전문가 인터뷰로 마무리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궁금했다"고 했다.


"정확한 수치, 용어 설명 등 아쉬워"

팩트, 용어 설명, 인포그래픽 등에서 보다 정확하고 친절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하 위원은 여론조사 기사 해시태그가 '#2024년 미국 대선 여론조사: 2016, 2020 모두 예측실패....2024년은?'으로 쓰인 것에 대해 "2016년, 2020년에 여론조사 예측이 틀렸다고 단정했는데, 선거인단 기준으로 2016년 승자 예측은 틀리고 2020년은 맞았다. 전국 득표율 기준으로는 2016년과 2020년 모두 맞았지만 2020년 오차가 더 컸다. 여론조사 예측이 정확하다는 의미는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단정적으로 '여론조사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인포그래픽에 명확한 수치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반도체·바이오 '맑음'-자동차·이차전지·방산 '흐림'…美 대선 뒤 한국 산업의 운명은'(5월 13일 자)에 '맑음' '흐림'의 정성적 평가를 담았는데 "수출감소 예상치나 GDP 변동률처럼 정량적 데이터를 사용해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절한 용어 설명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지훈 위원은 "경합주 보도에서 '러스트벨트', '선벨트' 단어가 자주 사용됐는데, 그 뜻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독자들이 기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주를 가리키는지 정확히 제시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기사에서 ‘러스트벨트’를 미국 북동부, 중서부, 북서부 등으로 다르게 쓴 데 대해서도 일관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파원의 경합주 르포기사 인상적"

현지 특파원이 미 대선 경합주 세 곳을 방문 취재한 르포 '2024 미국 격전지를 가다' 시리즈.

현지 특파원이 미 대선 경합주 세 곳을 방문 취재한 르포 '2024 미국 격전지를 가다' 시리즈.

가장 호평받은 미 대선 기사는 경합주를 방문한 워싱턴 특파원 르포 '2024 미국 대선 격전지를 가다'(10월 9~11일 자)였다. 하 위원은 "유권자를 직접 만나 민심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했다. 대선 보도 중 가장 재미있고 유용했던 기사"라고 칭찬하고 "다만 경합주 7곳 중 3곳만 방문한 점이 아쉽고 기사에 방문지를 표시하는 지도가 포함됐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정지훈 위원은 "선거 현장 분위기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고, 각 정당 지지자들의 의견을 균형 있게 다뤄서 기사 신뢰도도 높았다"고 했다. 다만 "1편 기사를 읽은 후 2편 기사를 찾기가 힘들었다"면서 관련기사 링크를 요청했다.

전문가 기고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위스콘신주립대 박홍민 교수 기고 '[오늘, 세계] 너무 성급한 "해리스 대세론"'(8월 27일 자)과 '[Deep&Wide] 허풍 떤 트럼프보다, 훈계질과 잘난 척하는 해리스가 더 미웠다'(11월 19일 자) 등에 대해 "가장 궁금했던 '왜 해리스가 패배했는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 기사"(정지훈 위원)라는 평가였다. '트럼프 2기 릴레이 인터뷰'도 유용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중국 전문가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장과 일본 전문가 니카바야시 와세다대 교수를 인터뷰한 11월 12일 자 기사에 대해 양국 시각에서 미중, 미일, 한일 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고 호평했다. 11월 15일 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인터뷰도 구체적 대안이 담긴 기사로 칭찬받았다.


해리스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전문가 분석을 담은 기고와 기사.

해리스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전문가 분석을 담은 기고와 기사.

인포그래픽은 "주별 선거 판세나 경합주 지지율 등 적극적인 인포그래픽 사용이 돋보였고 주요 이벤트 타임라인을 시각화한 점도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장 위원)는 등 좋은 평가가 많았다. 다만 색깔 활용이 후보 상징 색과 헷갈릴 수 있었던 점, 범례가 빠진 것이 있었던 점 등의 문제 사례도 언급됐다.

신문 두 면에 걸쳐 주요 이벤트 타임라인 인포그래픽을 펼쳐 보인 지면.

신문 두 면에 걸쳐 주요 이벤트 타임라인 인포그래픽을 펼쳐 보인 지면.


인포그래픽에 활용한 색상이 후보 상징 색과 겹쳐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인포그래픽에 활용한 색상이 후보 상징 색과 겹쳐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비상계엄 사태 보도, 사설·기사의 강도 다소 약해"

최근 중대 이슈인 비상계엄 선포 보도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유 위원은 "1면 제목으로 계엄을 '불법'이라고 표현한 언론사는 한국일보가 유일했다. 그렇지만 기사에 왜 불법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제목만큼 기사 내용은 강렬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장 위원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는 첫 기사부터 대통령이 이 사태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고 물었는데 한국일보는 그러한 비판적인 내용이 부족했다"며 1면에 사설을 실은 한겨레와 비교해 "더 강력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한두 시간 안에 원고를 마감해야 해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며 "그래도 사설 제목으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지적한 매체는 한국일보를 비롯해 세 곳뿐이었다"고 말했다.

국가 비상사태에 대해 온라인 속보 대응과 현장 취재가 부족했던 것에 대해선 내부 시스템에 대한 분석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권 위원은 "계엄이 선포된 날 한국일보 채널에 라이브 영상이 올라오는지 계속 체크했는데 찾아볼 수가 없었다"면서 "언제든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일보가 갖고 있는 SNS, 유튜브 등의 매체들을 점검하고 급할 때 기자 스스로 라이브 진행을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장 위원은 "AP통신 등 해외 언론사는 큰 이슈가 있으면 일단 트위터로 바로 알려준다. 이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훈 위원은 비상계엄 사태를 시간순으로 정리한 다음 날 보도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긴박했던 '서울의 밤' 6시간'(12월 4일)에 대해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타임라인으로 정리한 기사가 사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국선언 기사, 선언문 전문과 명단 게재를"

뉴스이용자위원들은 이밖에 적절한 용어, 인용, 광고 표시 등에 대해 의견을 냈다. 유 위원은 '필리핀 이어 '베트남 이모님' 오나…외국인 가사관리사 확대 검토'(11월 5일) 제목에서 '베트남 이모님'은 돌봄노동과 베트남을 모두 비하하는 표현으로 보일 수 있다며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반면 '급증하는 ‘거절 살인’... 교제 폭력, 왜 죽어야만 끝날까'(11월 10일) 제목의 '거절 살인' '교제 폭력'은 "피해자와 범죄자의 관계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용어"로 평가됐다. 김 위원장은 '밑바닥 민심 못 읽은 주류 언론들 ‘패닉’···“트럼프 재집권은 재앙”'(11월 8일 자)에 대해 "제목에 따옴표로 재앙이라고 표현했는데 기사를 읽어보면 기자가 쓴 문장일 뿐 누군가의 말을 인용한 게 아니다"라고 잘못된 직접 인용 제목이라고 비판했다.

역사적 기록이 될 만한 사건은 온라인에라도 충실히 보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권 위원은 "각계 시국선언이 엄청난 규모로 이어지고 있는데 역사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11월 시국선언 기사 11건 가운데 선언문 전문과 명단을 모두 게재한 경우는 한양대 1건밖에 없다. 지면 제한이 없는 온라인 기사에선 전문과 명단을 모두 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시국선언의 의도와 맞지 않게 윤 대통령 사진을 실은 경우가 많은데 시국선언을 한 대학 등 현장 사진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부문장은 "온라인에는 시국선언 전문과 명단이 게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광고 지면에서 '전면 광고' 표시를 영어(advertorial page)로 표기해 독자들을 혼동시키니 한글로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부동산 기사에 재테크 기사가 너무 많다. 사는 공간으로서, 젊은이들이 집을 꾸미고 사는 데 도움 되는 내용의 부동산 기사를 보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딥페이크 기획, 구조적 문제 심도 있게 보여줘"

지난달 좋은 기사로는 '무너진 교실 : 딥페이크 그 후(11월 29일~12월 4일 자)' 기획이 꼽혔다. 정명화 위원은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이 간과되는 측면이 있는데 시민 양성의 실패를 지적하면서 피해자들의 일상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되는지 실상을 잘 드러낸 기사"라며 "책으로 묶어도 좋을 만큼 심도 있는 기획"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남방송 소음에 시달리는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을 다룬 '[하상윤의 멈칫] 70데시벨의 공습··· 밤마다 전쟁 중인 접경지'(11월 23일 자)도 인상적인 기사로 꼽혔다. 권 위원은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얼굴 표정과 소음 데시빌 측정치 사진, 지면의 시원한 편집, 대남 소음방송을 담은 영상을 QR 코드로 넣어 온라인으로 유도한 점이 돋보였다"고 했다.

11월 29일 자 '무너진 교실 : 딥페이크 그후'

11월 29일 자 '무너진 교실 : 딥페이크 그후'


11월 23일 자 '[하상윤의 멈칫] 70데시벨의 공습… 밤마다 전쟁 중인 접경지'

11월 23일 자 '[하상윤의 멈칫] 70데시벨의 공습… 밤마다 전쟁 중인 접경지'



뉴스이용자위원회 9기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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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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